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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ㆍ투고

【기고】 구반문촉, 교육, 핀란드, 외모지상주의, 뒷모습 / 김병연


옛날 어느 왕이 코끼리 한 마리를 끌고 와서 맹인들에게 보이며 그대들이 코끼리를 만져보고 무엇과 비슷하게 생겼는지 말해보라고 했다. 상아를 만져본 사람은 코끼리의 모양이 무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했고, 다리를 만져본 사람은 기둥 같다고 했고, 등을 만져본 사람은 침상과 같다고 했고, 배를 만져본 사람은 독과 같다고 했으며, 꼬리를 만져본 사람은 기다란 줄과 같다고 했다.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이 만져본 부위를 코끼리의 전체 모습을 본 것처럼 말하고 있다.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이 최고인 줄 알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묵살하거나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지극히 위험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옛날에 한 장님이 있었는데, 그는 선천적 장님이었으므로 태양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문득 태양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던 차에 곁에 있던 사람에게 그 모양을 묻는데, 한참 동안 생각하던 이 사람은 태양은 구리로 만든 쟁반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고 설명해 줬다. 이 말을 기억해둔 맹인은 집으로 돌아와 구리로 만든 쟁반을 찾아 구석구석 만져보고 두드려 보고 소리가 나자 이 소리를 잘 기억해뒀다. 그 후 그가 길을 가는데 어떤 절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소리가 쟁반을 두드렸을 때 들었던 소리와 비슷함으로 그 장님은 지나가는 사람에게 저것이 태양이요? 라고 묻자, 그 사람은 장님에게 ‘아니요. 태양은 쟁반 같기도 하지만 촛불처럼 빛을 낸다 고 말해 줬다. 장님은 집으로 돌아와서 즉시 초 한 자루를 찾아 만져보고 큰 소리로 외치기를 ‘이것이야 말로 정말 태양이다 라고 하면서 기뻐하더라는 것이다.
 
장님은 태양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남의 말만 듣고 짐작으로 쟁반, 종, 초를 태양으로 단정했다. 하지만 이 셋은 태양의 실체와는 전혀 다르다. 장님이 아닌 사람들이 들으면 배꼽을 잡고 웃을 일인데도 장님은 이를 태연하게 진리처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남의 말만 듣고서 그것이 마치 사실이나 진리인 듯이 여기는 어리석음을 자초하지 말라는 한자성어가 구반문촉(毆槃捫燭)이다. 섣부른 판단, 불확실한 정보, 맹목적인 믿음 등이 모두 경계 대상에 포함된다고 하겠다. 앞을 볼 수 없으니 이런 허무맹랑한 논리를 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답답한 일은 멀쩡하게 보이는 두 눈을 갖고 있으면서도 구반문촉하는 눈뜬 바보들이 실제로 볼 수 없는 사람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무엇을 볼 때 늘 우리의 경험 안에 갇혀있는 고정된 시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정작 그 안에 숨어있는 깊이를 바라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고정된 시각이 아니라 열려있는 시각으로 볼 줄 아는 사람만이 큰 것을 얻을 수가 있는 것이다. 기껏해야 코끼리 다리를 만져보고 코끼리는 기둥처럼 생겼다고 주장한다면 그거야말로 웃음거리가 되고 만다. 그래서 사람은 항상 겸손해야 한다. 더 배워야 한다는 겸양의 사고를 가져야 한다.
 
국제사회는 치열한 무한경쟁을 하고 있으며 올림픽에선 금메달만 인정받는다.
 
학자들은 세계 강국이 되려면 인구가 1억은 돼야 하고 경제력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는 돼야 한다고 한다. 6․25 전쟁 후 세계 최빈국 대열에 섰던 나라가, 부존자원이 빈약한 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된 데는 세계 최고의 교육열을 바탕으로 한 경쟁 속의 인재양성이 주요한 원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몇몇 교육학자들은 학생들에게 경쟁을 시키지 말라고 한다. 서열교육은 인성을 해치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한다. 일부 교사들은 학력평가를 반대하고 있다. 평가를 하면 학생과 학교와 교사들 간에 경쟁을 하게 되고 경쟁은 인성을 해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핀란드는 무학년제 교육의 실시로 무한경쟁을 시키고 있다.
 
앞으로 일류국가는 두뇌를 팔고 삼류국가는 물건을 파는 시대가 온다. 다시 말해 우수한 1%가 나머지 99%를 먹여 살리는 시대가 온다. 이런 미래의 대비책으로 교육의 기회는 부여하되 잘하는 사람은 더욱 잘할 수 있게 하고 못하는 사람은 나름대로의 능력과 소질을 살려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교육의 하향평준화는 공멸로 가는 첩경이다. 세계적 인재의 양성을 위해 경쟁은 꼭 필요하다. 경쟁은 평가로부터 나오며 평가의 결과는 서열로 나타난다. 만약 모든 학교가 시험을 치르지 않고 추첨으로 신입생을 선발하고, 모든 직장이 추첨으로 신입 직원을 선발한다면 나라의 장래를 예측해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세계는 무한경쟁 속에 있고, 이 경쟁에서 낙오되는 나라는 비참하게 살 수밖에 없다. 이제 중․고교에서 우열반을 편성하고 대학입시를 부활할 때가 분명 됐다.
 
국토 면적이 한반도의 1.5배에 이르지만 전 국토의 80%가 숲과 호수로 뒤덮여 있고 인구가 520만명 밖에 되지 않는 핀란드는 3년 연속 청렴도 1위를 차지했다.
 
핀란드는 거의 완벽한 투명사회이다. 정치인․공무원․기업인은 일 년에 한 번 소득과 자산 변동내역을 철저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언론은 공인으로 간주되는 모든 사람들의 자산 변동내용을 세밀하게 추적 보도한다.
 
핀란드에서는 익명의 은행계좌를 개설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며 세무당국은 전국의 모든 계좌를 검색할 수 있다.
 
핀란드의 대통령 관저 근처에는 대통령도 나와서 커피를 즐기곤 하는 노점상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임기 중 노점상에서 커피를 마시는 대통령의 모습도 우리에겐 낯선 것이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노점상에서 커피를 마신 뒤 모두 신용카드로 계산을 한다는 점이다.
 
핀란드에서는 어디서든지 신용카드로 계산을 할 수 있으며, 노점상은 수입의 절반을 세금으로 낸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나 노점상들 같이 장부 없는 거래, 기록 없는 거래란 핀란드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고, 잘 감지되지 않을 것 같은 일반 식당이나 유흥업소의 팁도 계산서에 포함된 것 말고는 지불하지도 받지도 않는다. 때문에 탈세란 있을 수가 없다.
 
핀란드 사람들은 높은 신고정신을 갖고 있는데 주변에서 부패 사건이 일어나면 곧바로 사법당국이나 관련기관에 신고한다. 또한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탈세를 자신의 주머니에서 빠져나가는 돈으로 생각하고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고 한다.
 
핀란드에서는 부패란 단어를 사전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참으로 부럽다.
 
외모가 개인 간의 우열과 인생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라고 믿어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 혹은 사회풍조를 외모지상주의라고 한다.
 
외모가 연애나 결혼 같은 사생활은 물론 취업이나 승진 등 사회생활 전반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람들이 외모를 가꾸는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남녀노소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은 자신의 육체를 아름답게 꾸미고 남에게 잘 보이려는 본능이 있지만, 이에 대한 지나친 욕망과 집착이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현상으로 확대된다면 커다란 사회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성형수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남성들의 외모지상주의 현상도 나타나 소위 꽃 미남이 인기를 끌기도 한다. 얼짱이나 몸짱이란 표현도 이제는 낯설지 않고 일상어가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1970년대나 1980년대는 살기에 바빠 자신의 외모에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거나 다른 사람의 외모에 신경 쓸 여유조차 부족했다. 이후 경제적 안정으로 인한 여유가 생기면서 외모를 관리하는데 관심을 더하게 되었고, 2000년대에는 외모를 우선시하고 인터넷․디지털 카메라․카메라폰 등의 영향으로 개인주의적 특성을 가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외모지상주의가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외모지상주의는 외모에 의한 판단만으로 능력 있는 사람들을 소외시킬 수 있고, 사회적 가치와 정신적 가치를 왜곡시킬 수 있으므로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대처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미(美)의 기준은 계속 변하여 왔고 앞으로도 변할 것이다. 일시적 통념에 우리는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또한 외모에 대한 판단은 개인적 관점의 반영이므로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내 취향이 아니면 아닌 것이 옳다. 그런 이유에서 지금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며 자신에게 자긍심을 갖고 건강하고 당당하게 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지구상에서 오직 하나밖에 없는 개개인의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가 아닐까.
 
필자는 성공적 삶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끝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 등 최고의 출세를 한 사람이라도 끝이 좋지 못하다면 그 삶은 성공한 삶이라고 할 수 없다.
 
첫 만남은 별로였지만 만날수록 좋은 사람이 있고 첫 만남은 좋았는데 끝이 안 좋은 사람이 있다. 후자의 경우 실망하게 된다. 그래서 첫 인상도 중요하지만 끝 인상은 더욱 중요하다. 부끄러운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는 오늘을 아름답게 살아야 된다.
 
인간은 누구나 뒷모습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다. 그 어떤 것으로도 감추거나 꾸밀 수 없는 참다운 자신의 모습이다. 화장을 하고 성형을 하여 앞모습만 잘 가꾼다고 그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은 아니다.
 
유형의 아름다움보다 무형의 아름다움이 훨씬 중요하다. 유형의 아름다움은 돈으로 살 수 있지만 무형의 아름다움은 돈으로 살 수 없고 오직 자신의 끝없는 내적 수양이 있어야 된다.
 
화장을 하고, 성형을 하고, 다이어트를 하는 등 유형의 아름다움을 위하여 엄청난 노력을 다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 아닌가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보이는 곳만 치장하지 말고 보이지 않는 곳도 치장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사람이다. 앞만 보고 살기도 힘겨운 삶이지만, 때론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병연 / 시인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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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장관 “로컬100 보러 로컬로 가요”…첫 방문은 밀양~통영 “로컬 100 현장을 직접 찾아 문화로 지역에 가고, 머물고, 살고 싶게 만들겠습니다.” 유인촌 문화체육부장관이 21일 오전 서울역 3층 ‘로컬100’ 홍보관 앞에서 ‘로컬로’ 캠페인의 시작을 알렸다. 문체부는 지난 10월 지역의 문화 매력을 찾아내고 지역 문화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지역 문화명소, 콘텐츠, 명인 등을 로컬 100으로 선정했다. 앞으로는 지역문화자원에 기반을 둔 ‘로컬100’을 국내외에 집중 홍보해 내외국인의 지역 방문 확대를 촉진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문화체육관광부는 밀양시, 코레일관광개발, 지역문화진흥원과 ‘로컬100 기차여행-밀양편’을 출시하고, ‘로컬100’이 있는 지역을 방문하자는 캠페인 ‘로컬100 보러 로컬로 가요(이하 로컬로)’를 이날부터 내년 12월 말까지 진행한다. ‘로컬로’ 캠페인은 국내외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개인 또는 기관의 누리소통망(유튜브,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에 ‘로컬100’ 지역 방문 인증 사진 또는 영상 등을 게시하고, ‘로컬100’, ‘로컬로’ 또는 ‘로컬100’ 방문 장소 이름 등을 핵심어로 표시(해시태그)하면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다. 게시물과 함께 캠페인에 동참할 지인 2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