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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ㆍ투고

【기고】 그래도 유자식 상팔자 / 김병연


제 밥그릇은 제가 가지고 태어난다. 예전 예닐곱씩 낳던 자식을 보며 했던 말이다. 아마 아이를 제한 없이 낳던 시절, 그러잖아도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 할 수 있었던 자구적인 위로였을 것이다. 흔히 자식은 부부의 가교라고 한다.
 
남남끼리 만나서 서로 마음 맞춰 살아야 하는 부부 생활은 여러모로 녹록치가 않다. 50~60년 결혼 생활을 영위하는 동안 일어나는 우여곡절들, 하지만 쉽게 결혼을 깨트릴 수 없는 이유가 자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도 누가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식을 키우고 또 그들이 어른이 돼 독립할 때까지 부모로서 도리와 의무, 그렇기에 개인의 감정에 치우칠 수 없는 절대적인 이유가 부부 사이에 낳은 자식 때문이라는 것에 우리 부모 세대는 물론 지금도 많은 부부들이 공감할 것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자식을 거의 예닐곱 명, 많게는 열 명 넘게까지도 낳았다. 많은 자식이 곧 재산이었던 시절이었다. 키우는 것에 그다지 막막함도 느끼지 않았던 모양이다. 제 밥그릇은 챙겨 나왔으리라고 믿었던 것일까.
 
지난 70~80년대엔 좁은 땅덩어리에 인구과잉 우려로 정부에서 산아제한을 했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는 구호는 어찌 보면 혁신이었다. 부부간의 일에 나라가 개입한 거의 첫 번째 정책이었을 것이다. 국민들은 정부 시책을 어기면 큰일 나는 것처럼 너나 나나 두 명에 그쳤다. 남아선호 사상이 뿌리 깊은 한국인은 아들딸 가려 낳지 못함에 아쉬움이 컸지만 울며 겨자 먹을 수밖에 없었다. 두 명 이상 낳는 사람은 조금 과장해서 미개인 취급을 받기까지 했으니 눈치도 보였을 것이다.
 
젊은 부부에게 자녀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50% 정도만 필요하다는 대답을 했다고 한다. 가족의 개념이 희박해져 가고 있는 현실에서 굳이 자식을 낳아 불확실한 미래에 희생을 하고 싶지 않다는 얘기일 것이다. 또한 낳더라도 한 명이다 보니 자식은 신줏단지가 됐다. 그들에게 제 밥그릇은 제가 챙겨 나온다는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는 웃자고 하는 얘깃거리도 안 된다.
 
정성껏 돌보고 특별한 교육을 시켜서 아이의 빛나는 인생을 만드는 것은 부부에게 숙제이고 드러나는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것은 자식에게 들이는 정성도 정성이지만 대한민국 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의 반증과도 무관할 수 없는 이야기다. 그리고 무엇보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고 거기에 아이 양육문제는 비단 한 가정의 문제뿐 아니라 사회적인 고민거리로 부상했다. 아이 한 명 키우는 데 얼마의 돈이 필요하다는 구체적인 금액도 계산되고 있다. 물론 자식들의 부모부양도 옛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결국 자신의 인생은 철저하게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부모와 자식이 서로에게 끼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대부분의 부모에게 삶의 이유이자 의미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에겐 별 설득력 없는 얘기일지 모른다. 오늘만 있고 내일은 없는 듯이 사는 세대인데 자식은 자신들의 불확실한 미래에 가장 확실한 두려움의 존재가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자식은 키우는 데 공도 들지만 자식은 때론 삶 자체를 좌지우지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자식으로 인해 기쁘기도 하지만 어쩌다 자식에게 불행한 일이 닥쳤을 때 겪는 고통은 무엇보다 크기 때문에 지레 겁을 먹는 것이리라. 그래서 오히려 자식이 없는 사람들이 상팔자라고 했을 것이다. 드디어 무자식이 상팔자인 시대가 도래한 것일까. 자식이 매개가 돼 더욱 끈끈했던 가족은 그 자식을 선택하지 않으므로 오히려 쉽게 해체되기도 하니 인류사의 불행한 역습이다.
 
정말 무자식이 상팔자일까. 나는 내가 세상에 태어나 한 일 중 가장 뿌듯한 일이 사랑하는 아들딸을 낳아 남들이 부러워하는 존재로 키웠다는 것이다. 삶이 힘들지만, 그래도 유자식 상팔자이다.


김병연 / 시인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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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판길 한국뇌연구원장, 올해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1일 2020년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서판길(68세) 한국뇌연구원 원장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서판길 원장은 생명현상 이해의 기본개념인 ‘신호전달 기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하고 그 연구결과를 세계 최고수준 학술지인 셀(Cell), 사이언스(Science), 네이처(Nature) 등에 발표해 전 세계적 연구방향을 선도하는 등 우리나라 생명과학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드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서 원장은 신호전달의 핵심효소인 포스포리파아제(PLC)를 세계 최초로 뇌에서 분리정제하고 유전자를 클로닝하는데 성공했다. PLC는 외부자극으로 세포막 인지질을 분해, 두 가지의 2차 신호전달물질인 IP3와 DAG를 만드는 효소다. 서 원장은 이 PLC를 매개로 하는 신호전달 과정을 분자, 세포 및 개체수준에서 작동원리를 정립해 세계 생명과학계를 주도했다. 또한 생체 신호전달의 기본개념을 확장, 줄기세포 분화의 정교한 조절 과정을 규명했고 신호전달 과정의 불균형은 세포성장 이상을 유도하고 암이나 다양한 뇌질환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난치병 진단·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2020년 2월말 기준 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