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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정년이'로 주목받는 여성 국극…"국가무형유산 지정돼야"

홍성덕·이옥천 등 원로 배우 간담회…"日·中 여성극과 한무대 서고파"
"외모·소리·춤·연기 4박자 갖춰야"…내달 '선화공주' 특별 공연


(서울=연합뉴스) "일본에는 다카라즈카(寶塚) 가극단이, 중국에는 월극(越劇)이 있지요. 여성 국극도 우리나라에서 인정받고 싶습니다."

홍성덕(80) 한국여성국극예술협회 이사장은 14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열린 '한국 최초 여성 오페라, 전설(傳說)이 된 그녀들' 공연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여성 국극은 소리와 춤, 연기가 어우러진 극이다. 

1948년 명창 박록주(1905∼1979) 선생이 '여성국악동호회'를 설립해 활동한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으며, 한국전쟁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때 20여 곳이 넘는 극단이 활약했으나 텔레비전과 영화가 대중화되면서 서서히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던 국극은 최근 tvN 드라마 '정년이'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홍 이사장은 중국의 전통극인 월극이 2009년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점을 거론하며 "우리나라도 예산 등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 국극은 2018년 국가무형유산에 도전했으나 지정되지 못했다. 

국악 평론가인 김문성 경서도소리포럼 대표는 "2018∼2019년 여성 국극을 무형유산으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했으나 해방 이후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점 등에서 부결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당시 조사가 잘못된 것 같다"며 "여성 중심의 국악은 1930년대에도 있었고 여성 국극과 관련한 역사도 길다. 빨리 국가무형유산으로 인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 이사장은 "다시 한번 (국가무형유산 지정 신청을) 할 것"이라며 "당시 학술 세미나도 하고 많이 노력했는데 이번 기회에 힘을 얻어서 열심히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일본의 다카라즈카, 중국의 월극과 한국의 여성 국극까지 함께 공연하는 게 소원"이라며 "여성 국극의 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6살 나이부터 무대에 올랐다는 그는 여성 국극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매력이 뭐냐고요? 여성이 남자 역을 하는 거죠. 남자 주인공 뽑을 때마다 어려웠어요. 외모 좋아야지, 소리 잘해야지, 춤 잘 춰야지, 연기까지 4박자를 갖춰야 하니깐요."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옥천(78)·이미자(79)·남덕봉(79) 배우는 드라마 '정년이'를 계기로 앞으로 여성 국극에 대한 관심이 꾸준하게 이어지기를 바랐다. 

서울시 무형유산 판소리 보유자이기도 한 이옥천 옥당국악국극보존회 대표는 "여성 국극은 마냥 좋은 게 매력"이라며 "'정년이' 덕분에 국극이 더 알려지게 돼 고맙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음 달 3일 서울 강남구 국가무형유산전수교육관 민속극장 풍류에서 열리는 특별 공연 '한국 최초 여성 오페라, 전설(傳說)이 된 그녀들'에서 다시 뭉친다. 

공연에서는 1950년대 인기를 끌었던 작품 중 하나인 '선화공주'를 선보인다. 

백제의 서동과 신라의 선화공주가 고난을 극복하고 부부의 연을 맺는 내용으로 이미자 씨는 극 중 악역인 '석품'을, 남덕봉 씨는 감초 역할인 '길치'를 각각 맡는다. 

홍성덕 이사장과 이옥천·허숙자 씨는 여성 국극을 주제로 한 대담에 참여한다. 

악역 전문 배우를 뜻하는 이른바 '가다키'로 주목받은 이미자 배우는 "나는 겁탈 전문가"라고 너스레를 떨며 "여성 국극에 관심을 갖도록 많이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여성 국극은 참 힘들었어요. 미술, 음향, 조명 등 모든 면에서 돈도 많이 들었죠. 그러나 있는 힘 다해 버텼습니다. 다시 관심을 받게 돼 고마울 뿐입니다." (홍성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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