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국민의힘이 '비상계엄 사태'와 그 후폭풍으로 조성된 '탄핵 정국'의 돌파구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야당이 거세게 몰아붙이는 '대통령 탄핵 공세'에는 당론 반대로 입장을 정했지만, 이탈표 우려를 완벽하게 잠재우지는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 탈당 요구에 대해선 친윤(친윤석열)계 등 당내 반대에도 한동훈 대표가 관철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한 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대표로서 이번 탄핵은 준비 없는 혼란으로 인한 국민과 지지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탄핵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런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해드리지 않겠다"고 답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심야 의원총회에서 결정된 '탄핵 반대 당론'에 보조를 맞춘 셈이다.
2016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보수 세력이 사분오열돼 한동안 암흑기를 보내야 했던 쓰린 기억이 계파를 막론하고 작용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 대표 측에서는 현직 대통령 탄핵에 따른 조기 대선이 차기 여권 주자의 대권 가도에 결코 유리할 게 없다는 우려도 엿보인다.
그러나 당내 이탈표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대통령 탄핵 표결은 무기명 방식이라 누가 찬성표를 던졌는지 드러나지 않는다.
대통령 탄핵 가결에는 재적의원 300명 기준 20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범야권 의석(192석)을 감안하면 재적의원 전원 출석을 가정했을 때 국민의힘 의원 8명만 기표소에서 '가(可·찬성)'를 적어 투표함에 넣을 경우 가결된다.
지난 10월 '김 여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 당시에도 예상을 깨고 최대 4표의 이탈표가 나와 작지 않은 파장이 일기도 했다.
지금은 그때보다 '계엄 사태'에 따른 여론 상황이 훨씬 엄중하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나 지지율 흐름 등 변수에 따라 결과를 장담할 수 없게 만드는 대목이다.
여당 의원들을 상대로 가결 투표를 요구하는 '문자 폭탄'이 쏟아지는 등 여론의 압박도 부담이다.
이에 당 지도부는 본회의 불참 및 단체 기권 등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본회의 투표를 원천 봉쇄하는 방식에 대해 반발 조짐도 있다.
한 친한(친한동훈)계 당직자는 "차라리 반대투표하지, 여당 입장에서 표결에 단체로 불참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현 사태를 수습할 해법으로 '대통령 임기단축 개헌'을 주장하며, 그 이행 여부를 탄핵안 표결과 결부시키려는 듯한 움직임도 나타났다.
당내 '소장파'를 자처한 친한 성향 초·재선 의원 5명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을 요구하며 7일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과 관련해 "구체적인 입장을 정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친한계 일각에서도 '일단 임기단축 개헌으로 탄핵 공세를 막을 명분과 시간을 확보한 다음 2026년 6월 지방선거 때 대선을 같이 치르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탈당 요구에 대해선 친한계와 친윤계의 입장이 여전히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대표로서 대통령의 탈당을 다시 한번 요구한다"며 "제가 책임지고 앞장서서 이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친한계에서는 대통령이 자진 탈당하지 않을 경우 제명·출당도 검토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친윤계에선 대통령 탈당은 곧 탄핵으로 이어진다고 우려한다. 임기 중반 대통령이 탈당한 전례도 없거니와 당적을 버린 대통령을 향한 야당의 공세를 여당이 막아주기 어렵다는 인식이다.
한 친윤계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대통령이 탈당하면 우리가 여당이 아닌데 탄핵을 막을 명분이 없다"며 "탄핵을 막겠다면서 탈당을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