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성베드로 대성전 성문 개방…2025년 희년 막 올랐다

  • 등록 2024.12.25 11: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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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 통과하는 순례자는 '잠벌 사면' 전대사 은총 받아
2026년 1월6일까지 희년…3천200만명 방문 예상


(바티칸=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성문(聖門)을 열고 2025년 가톨릭 희년의 시작을 알렸다.

88세의 교황이 이날 휠체어를 타고 성문으로 이동해 문을 몇 차례 두드리자 문이 열리며 바티칸시국 전역에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문이 열리자 교황은 휠체어를 타고 성문 문턱을 넘어 대성전 안으로 들어가 성탄 전야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에 이어 전 세계에서 온 10명의 어린이가 전통 의상을 입고 성문의 문턱을 넘었다. 그 뒤를 전 세계 각지에서 온 54명의 신자가 뒤따랐다.

희년은 가톨릭교회에서 신자에게 특별한 영적 은혜를 베푸는 '성스러운 해'다. 다른 말로 성년(聖年)이라고도 부른다.

희년의 시작과 마침은 교황이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성문을 여닫는 예식으로 이뤄진다.

2026년 1월 6일까지 개방되는 이 성문을 통과하는 순례자는 죄에 따른 잠벌을 면제하는 전대사를 얻을 수 있다.

교황은 "우리 여정의 발걸음은 전 세계 교회의 발걸음이며, 세상 속의 순례자이자 평화의 증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턱을 넘으면 신자들은 자비와 용서의 시간에 들어간다"며 "우리는 이 문턱을 넘음으로써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위한 용서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바티칸은 희년 기간 매일 10만명의 순례자가 성문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한다.

로마시 당국은 내년 희년을 맞아 전 세계에서 약 3천200만명의 순례객과 관광객이 로마를 방문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밖에 희년 기간에는 미사부터 전시회, 국제회의, 콘서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종교 행사가 열린다.

이날 희년의 시작을 알리는 성문 개방 예식에는 조르자 멜로니 총리를 비롯해 이탈리아 정치계 인사들과 추기경들이 참석했다.

쌀쌀한 날씨 속에서 수천 명이 성 베드로 광장에 모여 대형 스크린으로 예식을 지켜봤다.

2025년 희년의 모토는 '희망의 순례자들'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정했다.

교황은 희년 기간에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등에 휩싸인 전 세계에 평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발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예식은 최근 독일에서 발생한 크리스마스 마켓 차량 돌진 테러의 여파로 어느 때보다 삼엄한 경비 속에서 진행됐다.

AFP 통신은 바티칸과 로마 전역에 약 700명의 보안 요원이 배치되는 등 보안 조치가 최고 수준으로 강화됐다고 전했다.

희년은 25년마다 돌아오는 정기 희년과 비정기적인 특별 희년이 있다. 

이번 2025년 희년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2000년 대희년을 기념한 이후 처음으로 맞는 정기 희년이다.

희년은 구약성경에서 유래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세의 법에 따라 50년마다 한 번씩 축제를 거행했는데, 이때 모든 빚을 탕감하고 노예를 해방하라는 규정이 있었다.

가톨릭교회에서는 1300년 보니파시오 8세 교황이 이 축제에서 유래한 희년을 선포하며 기리기 시작했다. 

원래는 50년 간격이었으나 이후 모든 세대가 최소한 한 번 희년의 은총을 누릴 수 있도록 1475년부터 25년 주기로 정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2일 발표한 희년 메시지에서 국제사회에 가난한 나라들의 부채 탕감과 사형제 폐지를 요청한 것도 희년만이 갖는 용서와 해방의 정신 때문이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2000년 대희년을 맞아 세계 주요 채권국에 대해 최빈국들이 진 부채를 탕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의 호소는 큰 반향을 일으켜 2000년부터 2015년까지 1천300억달러(약 186조원) 상당의 빚을 탕감받는 성과를 이뤄냈다.

바티칸을 낀 로마시는 희년 손님맞이를 위해 40억유로(약 5조9천억원)를 들여 주요 대중교통 인프라 개선 공사에 나섰다.

하지만 예정된 프로젝트 323개 중 3분의 1만이 완료됐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2년 동안 계속된 공사 속에 로마 시민들은 지하철 폐쇄와 교통 체증 등으로 큰 불편을 겪었다.

또한 관광객 급증과 이로 인한 에어비앤비 등 공유 숙박의 증가로 임대료가 상승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났다. 

국제일보 기자 kjib@kookj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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