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충격, 금융시장에 직격탄…살얼음판 한국 경제

  • 등록 2025.04.07 18: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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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회피에 코스피 5% 폭락·환율 33.7원 급등
내수 침체에 관세 충격까지 겹악재…1%대 성장도 위태


(서울=연합뉴스) 미국 관세 충격에 7일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며 두달간 리더십 공백기 앞둔 한국 경제를 둘러싸고 불안감이 확대됐다.

위험회피 심리가 고조되면서 지난주 미 증시에서 주요 주가지수가 폭락한 데 이날 아시아 증시도 공포 분위기에 빠졌고 유럽 증시에서도 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이 대거 매도하는 가운데 코스피가 5% 넘게 폭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33.7원 급등하며 1,470원 턱 밑에 다시 바짝 다가섰다.

내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 외부에서 큰 불확실성이 덮치면서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이 1%를 지켜내기도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까지 퍼지고 있다. 

◇ 코스피 5% 폭락해 사이드카 발동도…환율 5년 만에 최대폭 상승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37.22포인트(5.57%) 떨어진 2,328.20에 장을 마쳤다. 

지수는 106.17포인트(4.31%) 내린 2,359.25로 장을 시작한 뒤 4∼5%대 급락세를 이어갔다. 장중 저가인 2,327.01은 2023년 11월 1일(2,288.64)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낮다.

장 초반인 오전 9시 12분에는 코스피200선물지수가 1분 이상 5% 넘게 하락하면서 프로그램매매 매도 호가의 효력이 정지되는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 발동은 작년 8월 5일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특히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3조원 이상의 자금을 순유출하며 주가 폭락을 주도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915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은 2천532억원, 개인은 1조6천745억원을 순매수했으나 낙폭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외인은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도 1조1천819억원어치를 매도하며 현선물 합계 3조2천734억원을 팔아치웠다. 이는 2021년 8월 13일 이후 4년 8개월여만에 최대 규모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006800] 연구원은 "글로벌 관세 전쟁 불확실성 속에서 달러 현금 확보를 위한 외국인 투매가 지속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지난주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글로벌 증시에서 투매 분위기가 확산하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는 모습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5.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5.97%), 나스닥종합지수(-5.82%) 등 3대 지수가 폭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발표 이후 이틀간 이들 지수의 낙폭은 9.26%, 10.59%, 11.44%에 이른다.

아시아 증시도 이날 일제히 급락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가 7.83% 떨어졌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7.34%, 대만 자취안지수가 9.70% 폭락했다.

위험회피 심리 확산에 원화 가치 역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보다 33.7원 뛴 1,467.8원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2020년 3월 19일(40.0원) 이후 약 5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7.9원 치솟은 1,462.0원에 출발해 한 때 1,471.6원까지 뛰었다.

환율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난 4일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등의 영향으로 2년 5개월 만에 최대폭인 32.9원 떨어졌으나 이날 이를 고스란히 되돌렸다.

원화 가치는 안전자산인 엔화 대비로도 크게 떨어졌다.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전 거래일 오후 3시 30분 기준가보다 26.39원 오른 100엔당 1,008.21원을 기록했다.

2023년 4월 27일(1,000.26원) 이후 약 2년 만에 1천원을 넘어섰으며, 2022년 3월 22일(1,011.75원)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 금융시장 불안에 실물경제 더 흔들리나…0%대 성장 전망도 나와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 경제는 작년 12월 불법 비상계엄 사태로 정치적 혼란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까지 가세하면서 이미 불확실성이 짙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수입품에 물리는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자유무역협정(FTA) 무관세 효과는 앞으로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이날 미국이 한국 자동차·부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의 자동차 생산이 약 7%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으로 대미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를 조정할 여지가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사실상 리더십이 부재한 점은 '설상가상'의 악재다.

위기 상황에서 재정이 마지막 보루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지만 2년째 계속된 대규모 세수 펑크 영향으로 기대에 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10조 필수 추가경정예산 편성 논의를 공식화했지만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진행이 지지부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평가가 점점 잿빛을 띠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최근 우리 경제는 대외 여건이 급격히 악화하며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넉 달 연속 우려를 표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도 "향후 미국 관세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고 예상보다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한은은 지난 2월 25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하향 조정하면서, 세계무역 갈등이 심화하면 0.1%포인트(p) 더 하락해 1.4%를 기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보편·상호관세에 중국 등의 보복관세까지 이어진 현재 상황은 한은이 두 달 전 제시한 비관 시나리오보다 더 나빠 보인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 관세가 생각보다 높은 수준이고, 각국 보복까지 이어진다면 기존 예상보다 훨씬 좋지 않을 수 있다"며 "한은이 당초에 전망했던 1.5%보다는 낮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 기관에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0%대로 전망하는 곳도 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미국발 관세 충격 등을 먼저 반영해 성장률 전망치를 1.2%에서 0.9%로 낮췄다.

영국 리서치 회사인 캐피털 이코노믹스(CE)도 지난달 26일 보고서에서 전망치를 1.0%에서 0.9%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IB 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2월 말 평균 1.6%에서 3월 말 평균 1.4%로 한 달 만에 0.2%p 하락했다. 

국제일보 기자 kjib@kookj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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