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한 가운데 서울시가 12일 아파트 수요가 몰리는 강남 일대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하면서 향후 집값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해제 기대감으로 최근 집값이 들썩였던 강남권의 경우 투자 수요자들이 본격적인 매수에 나서며 당분간 거래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 상태여서 주변 지역으로 투자 수요가 확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 강남 집값 이미 '들썩'…갭투자·원정투자에 거래 증가 전망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일부 재건축 단지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거의 모든 단지가 허가 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당분간 해당 지역에선 거래가 늘어나며 가격 상승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해제 대상은 공통으로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핵심 지역으로, 과거에도 집값이 과열 양상을 보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다는 점에서 예상된 수순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이들 지역에선 해제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호가가 1억~2억원씩 상승했으며 실제로 신고가 거래도 속출했다.
리센츠 전용면적 124㎡는 지난해 12월 최고가인 37억5천만원에 거래된 데 이어 지난달 37억원에 또다시 거래됐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114㎡는 올해 초 52억9천만원에 손바뀜되며 종전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호가도 이전 거래가보다 1억~3억원씩 높게 나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최근 발표한 2월 첫째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의 매매가격지수가 전주보다 0.02% 오른 가운데 송파구는 잠실과 신천동 위주로 0.13% 올랐으며 서초구는 서초, 잠원동을 중심으로 0.06% 상승하며 평균치를 웃돌았다.
시장에선 이번 해제 결정으로 높아진 시장 호가에 맞춰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에 소유주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며 매물 자체가 적은 가운데 투자를 망설였던 수요층이 본격적으로 '갭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서울에 거주하기 힘든 지방 거주민의 원정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은석 직방 빅데이터랩실 랩장은 "이제 투자 수요가 더해질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셈이어서 멈췄던 투자 목적 거래가 재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갭투자라든지 지방 외지인의 매입이 단기적으로 늘어나며 일시적인 주택 가격 과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강남권의 '똘똘한 한 채' 선호가 크고, 전세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상급지 교체 수요가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역 내 랜드마크 단지는 매도자 우위 시장이 되며 구입 대기수요 유입이나 집값 상승 휘발성은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 "시장 침체로 확산효과 기대 어려워"…전월세 공급 확대 효과도
그러나 이러한 매수세가 주변 지역으로 확산하며 2차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이미 시장에서 기대감이 작용하며 가격이 상당히 오른 데다 현재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해 거래가 줄어든 상황이어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거래는 늘어날 수 있지만 가격이 일부 선반영돼 있어 크게 오르기는 힘들다"고 진단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도 "일부 호가 상승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이는 해제 영향보다는 시장의 공급 부족 예고, 금리 인하 기대감에 의한 측면이 크다"면서 "단기간 내 거래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평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경제 상황도 안 좋고 정치적 불안도 겹친 데다가 대출까지 규제하기 때문에 상승 여력은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당 지역에서 전월세 공급이 늘어나며 공급 및 가격 안정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긍정적인 해석도 있다.
매수자의 상당수가 전세를 끼고 구매하는 '갭투자' 수요층이라는 점에서 실거주보다는 다시 전월세로 해당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김효선 전문위원은 "전세 물건이 굉장히 부족했는데 실거주를 하지 않아도 되니 이런 부분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선 랩장도 "투자 수요가 늘어나면 그만큼 전월세 물량도 따라서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