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연합뉴스) 일본 국회의원 72명이 22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도쿄 야스쿠니신사를 집단 참배했다.
교도통신과 NHK에 따르면 초당파 의원 연맹인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의 자민당, 입헌민주당, 일본유신회 등 각 정당 의원 72명이 야스쿠니신사 춘계 예대제(例大祭·제사)에 맞춰 이날 오전 일제히 참배에 참여했다.
이 모임 부회장인 아이사와 이치로 중의원(하원) 의원은 "올해는 전후 80년"이라며 "많은 영령이 주춧돌이 돼 전후 번영하고 평화로운 일본이 세워졌다는 역사를 잊는 일이 없도록 참배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이 모임은 매년 춘계·추계 예대제와 일본 패전일인 8월 15일에 단체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추계 예대제 때는 중의원 선거(총선) 기간이어서 집단 참배를 하지 않았다.
작년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결선까지 올라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양자 대결을 펼쳤던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은 개별적으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보수 성향 '잠룡'으로 평가되는 다카이치 의원은 참배 이후 취재진에 "순직한 분들의 영혼에 깊이 감사의 마음을 바쳤다"고 말했다. 그는 각료 시절에도 정기적으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이시바 총리는 춘계 예대제 첫날인 전날 참배는 하지 않고 '마사카키'라고 불리는 공물을 봉납했다.
이시바 총리는 작년 10월 총리 취임 직후 진행된 추계 예대제 기간에도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그가 이 신사에 공물을 봉납한 것은 당시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현직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것은 2013년 12월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마지막이다.
아베 전 총리에 이어 취임한 스가 요시히데,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는 공물만 봉납했다. 한일 관계가 개선된 윤석열 정부 시절에도 일본 총리의 공물 봉납은 지속됐다.
이날까지 이시바 내각 각료 가운데 춘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인물은 없었다.
다만 총무성 부대신을 맡고 있는 도가시 히로유키 의원, 후생노동성 정무관인 요시다 신지 의원은 참배 모임과 함께 이날 참배했다. 부대신은 차관, 정무관은 차관급에 해당한다. 야스쿠니신사 춘계 예대제는 23일 종료된다.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유신 전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6천여 명의 영령을 추모하고 있다.
그중 90%에 가까운 약 213만3천 위는 태평양전쟁과 연관돼 있다. 극동 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따라 처형된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도 합사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