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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ㆍ투고

[칼럼] 군자와 샛길

                                                 군자와 샛길


                                                                                김병연 
                                                                                시인·수필가


창세기 2장 7절 및 22절 말씀에 따르면 하나님이 흙으로 아담(남자)을 만드신 후 아담의 갈빗대로 하와(여자)를 만드셨는데, 그들이 인류 최초의 부부이다. 그 한 쌍의 부부가 낳은 자손이 지구촌에 무려 70억 명이나 된다.


사람이 너무 많고 양심은 타락하고 황금만능주의가 판을 치다 보니 실천하는 양심이 존경 받는 세상이 됐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법과 양심이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가 발전할 수 있고 나라가 발전할 수 있으며 살 만한 사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은 법과 양심이 아닌 로비((금품, 혈연·지연·학연 등의 빽, 향응, 아부, 선물, 줄서기 등)가 움직인다. 그러다 보니 식사 한 끼를 대접해도 나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하고, 나보다 열악한 위치에 있는 사람에겐 대접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보다 열악한 위치에 있으면서 내게 대접하지 않는 사람은 깔고 뭉개고, 나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는 사람에겐 식사 한 끼라도 대접하면서 온갖 비위를 다 맞출 줄 아는 사람이 출세할 수 있는 세상 이 됐다.


그러나 로비와는 거리가 멀고 묵묵히 일만하면서 자기보다 열악한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만 식사 한 끼라도 대접하는 사람도 있다. 출세를 하려면 로비의 귀재가, 로비의 노예가 돼야 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말이다.


로비 능력도 능력이다 라는 궤변을 늘어놓는 사람도 있다.


자기에게 다가올 불이익을 충분히 감지하면서도 묵묵히 일만하면서 자기보다 열악한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만 식사 한 끼라도 대접하는 사람의 삶을 거꾸로 사는 삶이라고 폄하하는 사람도 있다.


필자가 가장 싫어하는 대통령이 김영삼 대통령이다. 왜냐하면 외환위를 몰고 왔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전에는 흥청망청하던 경기로 젊은이들의 취업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직장도 평생직장이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평생직장의 시대가 가고 평생직업의 시대가 도래했으며, 이른바 SKY로 불리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졸업해도 9급 공무원이나 순경 수준의 취업을 못하는 사람이 즐비하고, 기업에 취직을 했어도 상시 구조조정과 짧은 정년으로 장래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옛날엔 인기가 없던 정신과 의사의 인기가 높다.


평균수명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빨리 늘어나 인간수명 100세 시대의 도래가 머지않았다. 짧은 정년과 긴 수명은 어쩌면 재앙의 시작인지도 모를 일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돈밖에 모르는 사람이 늘어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축재에 여념이 없는 듯한 것이 요즘의 사회 상황이다.


외환위기를 몰고 온 김영삼 대통령이지만, 돈과 명예 중 하나만 선택하라는 그의 말은 만세에 빛날 것이다.


돈을 버는 방법으로 수입을 늘리는 방법도 있지만 지출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공무원이 수입을 늘리려 한다면 공직수명이 짧아지기 십상이다.


생활방식의 일례로, 양말의 경우 한 켤레에 1만 원짜리 아놀드파마를 신을 수도 있고 한 켤레에 1천 원짜리 상표 없는 양말을 신을 수도 있다.


수많은 사람을 분노하게 하는 무시와 경멸을 증오하면서, 돈과 출세가 좋은 것을 잘 알면서도 로비는 하지 않고 묵묵히 일만하면서 지기보다 열악한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만 칼국수 한 그릇이라도 대접하며 사는 사람이 어쩌면 바보처럼 보이지만, 분명한 것은 군자가 샛길을 몰라 대로로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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