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듯 살아온 지난 세월이 자학처럼 느껴진다. 어디론가 혼자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인생을 앞만 보고 달리는 마라톤이라고 생각하고 재충전 없이 살아왔다.
벌과 나비가 꽃의 꿀을 찾아 열심히 날개 짓을 하다가도 꽃잎에 앉아 잠시 쉬는 것을 보면 인간에게도 쉼이 필요하다.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그토록 살고 싶었던 하루이기에, 앞만 보고 달렸건만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고 여행길이라는 것을 바보처럼 이제야 알았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동행자를 잃어버릴 수 도 있다. 동행자를 잃어버리면 혼자서 낯선 세상을 가게 된다. 그것은 지혜로운 삶이 아닐 것이다.
인생에서는 최후의 승리자가 진짜 승리자이다. 노년에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산다면 진정한 승리자라고 할 수 있다.
소처럼 천천히 가되 끝까지 가련다. 인생은 마라톤 경주가 아니라 여행길이다. 몇 년 만 살고 이 세상을 작별하려는 사람처럼 무리하지 말아야 하겠다. 가끔씩 쉬어가련다.
인생은 60부터라고 했으니 이제부터 행복한 여행길을 만들어야 하겠다.
어느새 내가 인생의 석양길에서 서성이고 있지만, 평균수명 100세 시대가 머지않았음을 생각하면 아직은 청년이라는 착각에 빠져든다. 이런 착각 속에 있을 때는 순간이지만 즐겁다.
지금까지의 인생은 아들딸 공부 잘하는 재미로 개인의 삶은 없다 시피 했지만, 인생은 여행길에 맞는 삶을 사는 게 옳다는 생각이다.
김병연 시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