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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특집

기업은 ‘스펙 타파’ 채용…학교는 ‘현장형’ 인재 배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현장 속으로] 국가직무능력표준
국내 첫 NCS 도입 기업 현진소재, NCS 기반교육 동의과학대

능력중심 사회란 스펙이나 학벌 대신 능력이 우선되는 사회를 말한다. 지난해 개발이 끝난 국가직무능력표준(NCS·한 개인이 산업현장에서 자신의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직무능력, 즉 지식·기술·태도 등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도출해 표준화한 것)은 능력중심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강한 추진동력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학벌이나 스펙이 아닌 능력으로 평가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올해부터 NCS를 기반으로 하는 채용을 공공기관부터 선도적으로 대폭 확대해 가겠다”고 밝혔다. NCS를 선도적으로 도입한 현진소재와 동의과학대학의 사례를 통해 산업계와 교육계의 NCS 활용성과와 NCS가 더 확산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현장을 통해 알아봤다.(편집자 주)


 


◇ 국내 첫 NCS 도입 기업 현진소재…직원 능력·사기 향상돼 생산성도 쑥 ↑  


 


부산 강서산업단지에 위치한 첨단금속소재기업 현진소재. 선박엔진 및 풍력발전 부품인 크랭크샤프트를 만드는 강소기업으로 NCS 우수사례기업으로 꼽힌다.


 


지난 2010년 채용 및 인사평가 등에 NCS를 도입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사내에 국가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 교육운영기관인 미래교육원을 출범시켰다.


 


정현진 현진소재 미래교육원장은 “기업입장에서 학벌이나 자격증 등 스펙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고 더욱이 실무능력과도 괴리가 있었다”며 “그동안 NCS와 유사한 능력진단도구를 자체 개발해 사용했는데 검증이 안돼 고민이 많았다. NCS가 기업 입장에서는 절실한 상황이었다”고 NCS 도입 이유를 밝혔다.


 


NCS를 도입한 이후 채용부터 달라졌다. 물론 이전에도 스펙이나 학벌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았지만 이제 기준에서 아예 빠졌다. 면접도 과거에는 사람마다 달라지는 등 주관적이었지만 이제는 누가 면접관이 돼도 기준이 명확해졌다.


 


채용 이후 인적자원 운영은 더 달라졌다. 성과관리나 인사, 보상, 역량개발, 교육 등 인적자원 개발의 전 과정이 고도화되고 정밀화됐다. 그동안 주먹구구식 운영이 없잖아 있었으나 이제는 중장기적인 운용이 가능할 만큼 세련돼졌다.


 


직원들도 대만족이다. 과거에는 잘 모르고 들어와 어떻게 하면 경력을 쌓아 대기업으로 갈까 생각했다면 이제는 이곳에서 체계적으로 자기계발을 하고 있다. 퇴사율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미래교육원에서 일학습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고성준씨는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과 달리 실제 현장의 일과 확실히 매칭이 된다”며 “앞으로 대한민국명장과 같이 이 분야에서 내가 최고라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만족해했다.


 


이처럼 적시에 맞는 채용을 하고 적확한 평가와 적합한 교육을 하다보니 직원들의 만족도가 올라가고 생산성이 향상되기 시작했다. 제품의 불량 비율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정 원장은 “제품 하나 가격이 보통 수억을 호가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불량률 감소는 영업 이익 증대에도 직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의 평판도 올라가 영업활동에도 직접적인 득이 되고 있다. 주고객처인 독일 등 선진국에서 거래처를 평가할 때 제품만이 아닌 회사의 인력운용 등을 중요하게 보고 있는데 NCS라는 국가 표준을 도입해 인력운용의 신뢰성을 높인 것이다.


 


현진소재가 NCS를 도입할 때만해도 반신반의하던 주변 기업들은 이제 문의를 넘어 직원들을 현진소재로 보내 교육시키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소·중견기업에서 가장 어려운 게 안정적인 인력운용인데 NCS를 도입하면 현진소재처럼 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정 원장은 NCS가 중소·중견기업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중소·중견기업에서도 전문기술인으로 클 수 있다는 비전을 직원들에게 제시해야 한다”며 “NCS와 더불어 실무위주 자격체계인 국가역량체계(NQF)를 빨리 도입·확산해 실무능력이 학위와 동등하게 인정받게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즉, NQF 최상위 레벨이면 박사급, 상위레벨은 석사급 등으로 인정하는 독일의 경우처럼 우리도 현장 실무 능력을 학위 등에 연동시켜 국가적으로 인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기업과 달리 대다수 중소기업은 인사 담당 직원조차 없는 만큼 NCS 보급을 위해 정부나 관련 기관이 더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 동의과학대 학과 중 2/3가 NCS 기반교육…수도권에서도 벤치마킹 쇄도 


 


기업에서 아무리 NCS 기반으로 채용을 하려해도 학교에서 NCS를 외면하면 ‘절름발이 정책’에 불과하다. 그만큼 학교에서의 활용이 중요한데 부산에 위치한 동의과학대는 그런 점에서 NCS 교육의 선구자라 할 수 있다.


 


동의과학대는 지난 2012년 NCS에 기반한 교육과정을 개발해 금형설계 등 3개 학과에 도입했다. 이어 이듬해인 2013년 8개 학과로 확대하고, 지난해에는 11개 학과를 추가해 현재 28개 학과 중 2/3가 넘는 19개 학과에서 NCS 기반 교육을 펼치고 있다.  


 


최인근 동의과학대 교학처장은 “내년까지 전학과에 도입해 ‘NCS 기반 교육하면 동의과학대’가 생각나도록 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NCS 도입 전에도 부산지역에서 유수의 전문대학으로 꼽혔던 동의과학대가 NCS를 남들보다 먼저 도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금형설계 교수이기도 한 이형국 동의과학대 NCS지원센터장은 “총장님부터 모든 교수님들이 학생들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려는 공감대가 있어 그간 산업수요맞춤형 교육을 해왔다”며 “마침 NCS 중 금형설계 분야가 먼저 개발돼 이를 접하게 됐고 공학계열부터 도입하자해 교육과정을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NCS 기반 교육으로 교육과정이 바뀌며 현장 수요 교육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는 게 학교 내외부의 공통된 평가다. 기존 교육이 현장직무에 대해 포괄적으로 접근한다면, NCS는 직무를 위해 필요한 지식, 기술, 태도 등이 명확하게 기술돼 있어 이를 꼭 찍어 가르치는 맞춤형 교육을 하기 때문이다.


 


학계에서 처음 NCS를 도입하다보니 애로점도 많았다. 먼저 교수들의 부담이 크게 늘었다. 예전에는 수업을 하고 평가를 하는데 그쳤다면 지금은 평가만 해도 필기와 실기, 면접, 발표,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등 평가 요소가 대폭 늘어났다. 학생들과 피드백에 필요한 시간도 증가했다.


 


학생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이전보다 수업과정이 빡빡해졌기 때문이다. 금형설계를 전공하는 장동진씨는 “다른 대학 친구들과 비교해보면 우리 학교 과정이 더 정밀하고 심화돼있어 준비할게 많다”고 애로점을 털어놨다. 그러나 “자격증을 따는데 NCS 기반 교육이 크게 도움되는 것 같아 힘든 줄 모르고 공부하고 있다”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NCS 교육으로 KBS 등 유력 언론으로부터 조명을 받는 등 소문이 나자 부산지역은 물론 멀리 수도권 대학에서도 동의과학대를 찾아 교육과정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김영도 동의과학대 총장은 “현재 전문대학이 사회적으로 저평가를 받고 있다. 힘은 들어도 NCS교육으로 전문대에 대한 편견이 줄어든다면 무엇을 못하겠냐”며 “학력위주에서 능력위주로 가는 현 사회에서 ‘동의과학대 학생들, 쓸 만 하다’라는 평가를 받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NCS 졸업생이 본격적으로 배출돼 주위의 인정을 받게 되면, 학력이나 스펙보다 능력이 우선되는 사회로의 전환도 더 빨리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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