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년만에 찾아온 극심한 가뭄으로 농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지난 주말을 전후해서 기다리던 단비가 내렸지만 가뭄 해갈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강원 영동지역의 경우 강수량이 2mm에 불과해 277mm 이상 비가 더 와야 하는 실정이다.
지난 19일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대기4리 암반덕. 국내최대 고랭지배추 주산지인 이 곳에서는 지금 여름배추 파종을 한창 진행해야한다.
지금 모종을 심어 65일 이후에 수확을 해야하지만 계속된 가뭄으로 땅이 메말라 파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8개의 관정은 수압이 떨어져 해발 1100m 인 이곳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주민들이 먹는 식수마저 부족한 실정이다.
권상도(59)씨는 “36년간 배추 재배를 했지만 이런 가뭄은 처음 겪는다”며 “고랭지 여름배추는 파종 시기를 놓치면 맛이 떨어지고 상품가치가 없는 배추는 다 갈아 엎어야 한다”고 푸념했다.
이런 권씨의 마음을 헤아렸는지 아침부터 이슬비가 내렸다. 이날 내린 비의 양이 2mm 도 되지 않아 가뭄 해갈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농민들이 단비를 기대했던 터라 아쉬움은 더욱 컸다.
농민들은 습기를 머금은 땅에 파종을 해볼 심산으로 밭으로 나왔지만 정작 일손이 부족했다. 1인당 12만원에 이르는 인건비를 생각하면 엄두를 낼 수 없었다.
이런 가운데 제36보병사단 대관련부대 장병들이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대민지원에 나서면서 농민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었다. 장병들은 차로 30여분 떨어져 있는 계곡으로 내려가 양수기를 동원해 급수차에 5톤의 물을 끌어올렸다.
가파른 고산지대를 지나 농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간이집수장에 도달하자, 급수차 호수에서는 물이 콸콸 쏟아졌다. 장병들은 물을 얼마나 더 보충할지 살피며 분주히 움직였다.
집수장 인근에는 군데군데 배추 묘종을 파종 한 밭이 보였다. 30여명의 군 장병들은 급수지원에 그치지 않고 마을 주민들과 함께 배추 묘종을 심으며 구슬땀을 흘렸다.
대관령 부대 권경훈 대위는 “대부분 장병들이 농가일은 처음이라 서툰 손길이지만 농민의 마음으로 정성껏 묘종을 심고 있다”며 “지역주민의 고민을 함께 해결하고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언제든 앞장 서 지원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빈 상병은 “가뭄으로 어려움에 처한 농민들의 시름을 덜어 드릴 수 있어 기쁘다”며“주민들이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차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 농민 김시갑(60)씨는 “최악의 가뭄에 막막함이 앞섰는데 뙤약볕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농민들을 돕는 장병들을 보면 힘이 난다”며 “급수지원에 파종까지 마쳐 이제 한시름 덜 수 있겠다”고 말했다.
군의 가뭄 극복을 위한 총력지원태세는 지난 10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지자체와 협조에 농민들에게 가용한 병력과 장비를 지원하라는 지시에 따른 것이다.
특히 이 날은 특별히 장관 주재로 가뭄대책회의를 열어 ‘기다리는 지원’이 아닌 ‘찾아가는 지원’으로 방식을 전환해 가뭄 피해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까지 지시했다.
국방부 뿐만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등 관계부처와 지자체도 가뭄 극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환경부, 행자부 등 각 부처 장관들은 지난 주말 가뭄이 극심한 강원 영동지역을 찾아 상황을 살펴보고 장비와 인력 등 지원 방안을 모색했다.
농림식품부는 물마름 현상이 심한 가뭄발생지역이 하천굴착, 양수, 물차공급 등 간이 용수 공급과 밭작물 시듬 현상이 심한 지역에 관수시설 설치를 위해 가뭄대책비 64억원을 조기 지원키로 했다.
국민안전처는 가뭄실태를 매일 파악해 생활용수 부족지역에는 소방과 군부대의 장비와 인력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내년도 상수도 확충 사업비를 우선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상수도 미 보급지역 관정 개발에 우선투자하고 무료수질검사를 지원하는 등 먹는 물 공급에 적극 대응키로 했다.
국토부는 지자체 음용수 지원요청시 병물과 물차를 지원하고 한강수계 다목적댐과 발전용댐의 연계를 통해 수도권 농업·생공업용수의 안정적 공급을 최대한 연장할 계획이다.
강원도는 공무원과 군인, 경찰은 물론 주민과 학생들까지 포함해 1만 2730명이 용수 공급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