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幸福)이란 욕구와 욕망이 충족되어 만족하거나 즐거움을 느끼는 상태,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안심하거나 희망을 그리는 상태에서의 좋은 감정으로, 심리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그 상태는 주관적일 수도 있고 객관적으로 규정될 수도 있지만 주관적 요소가 훨씬 강하다.
행복에는 욕구의 성취와 좌절에 따라 행복과 불행으로 나뉘는 행복이 있고, 그저 있는 그대로에 만족하는 행복이 있다. 전자는 끊임없이 또 다른 욕망을 불러오고 들뜬 만족감을 가져다주지만, 후자는 아무것도 바랄 것 없이 지금의 모습 그대로 평화롭고 고요하다.
수많은 성인들이 마음을 비우라고 했던 이유는 바로 마음을 비웠을 때 얻어지는 행복이 지고지순(至高至純)한 행복이기 때문일 것이다.
해마다 실시되는 국제기구나 단체의 행복도 조사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덴마크는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자연환경이나 물가 등은 그다지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나라 국민들은 저마다 행복하다고 느낀다. 그것은 남과 비교하지 않는 삶을 살기 때문이다.
방글라데시는 세계 최빈국인데도 국민행복지수는 세계 최상위권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면서도 행복지수는 조사대상 98개국 중 58위에 불과하다(조사대상 180개국 중 102위라는 조사결과도 있음). 왜 그럴까. 그것은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욕망 때문이다. 욕망을 채우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욕망을 채우고 나면 또 다른 욕망이 생겨 그 욕망을 채우려하기 때문에 만족하지 못한다.
필자의 어린 시절 꿈은 따뜻한 물이 졸졸 나오는 집에서 평생 쌀밥만 먹고 살았으면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시대가 좋아져 대부분 따뜻한 물이 졸졸 나오는 아파트에서 살고 개도 보리밥은 안 먹는 세상이 됐다. 그러니 그 꿈은 모두에게 이뤄졌다. 그러나 불행하다는 생각이 뇌리를 채울 때가 있다. 언제부턴가 마음을 비우고 남과 비교하지 않는 삶을 산다. 마음을 비우고 남과 비교하지 않으니 전보다 훨씬 행복감을 느낀다. 비교는 필연적으로 시샘을 낳고 시샘은 인간관계를 파괴한다.
마음을 비우고 남과 비교하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다. 마음을 비우지 않으면 않을수록, 남과 비교하면 할수록 불행은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인간의 삶을 이렇게 시로 노래했다. 고대광실에서 금의옥식을 누려도/ 기쁠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나니// 기쁠 때만 있는 사람 어디 있으랴/ 슬플 때만 있는 사람 어디 있으랴// 사랑할 때만 있는 사람 어디 있으랴/ 미워할 때만 있는 사람 어디 있으랴 // 기쁨, 슬픔, 사랑, 미움…/ 그것이 인간의 삶인 것을
나무는 때가 되면 아름다운 단풍을 만들기 위해 푸르름을 벗어던질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추운 겨울을 준비하기 위하여 낙엽으로 변할 준비도 하고 있다. 추운 겨울 준비를 하기 위해선 잎만 버리는 것이 아니라 줄기가 변하고 겨울에 먹을 영양분을 저장해야 한다. 나무처럼 버릴수록 다음 해에 더욱 풍성해지는 것이 바로 비움의 미학이다.
꽃과 나무는 자신과 남을 비교하지 않고 저마다 자기 특성을 드러내면서 조화를 이루고 산다. 비교는 시샘과 열등감을 낳아 불행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남 잘되는 꼴 못 보는 심리, 즉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우리의 부끄러운 속담은 자신과 남을 비교하는 데서 연유한다.
수많은 사람들을 격분시키는 야만적 행위인 무시와 경멸도 결국 자신과 남을 비교하는 데서 연유한다.
행복하려면 마음을 비우고 자신과 남을 비교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
김병연 / 시인 ·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