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세계 최대 규모의 클래식 음악 축제인 영국 BBC 프롬스 축제가 2일 한국 관객과 만났다.
1895년 시작해 12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BBC 프롬스는 영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클래식 축제다. 영국 공영방송 BBC 주관으로 매년 7∼9월 두 달간 런던 로열 앨버트홀 등에서 열린다.
이날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막을 올린 'BBC 프롬스 코리아'는 롯데문화재단이 BBC 프롬스와 협의해 국내 최초로 'BBC 프롬스'라는 명칭을 달고 여는 축제다.
BBC 프롬스는 영국을 넘어 다양한 국가로 축제를 확장하려는 노력의 하나로 앞서 호주, 두바이, 일본 등에서 무대를 선보인 바 있다.
세계 각지의 프롬스는 영국에서 열리는 BBC 프롬스의 핵심 요소를 기조로 하되 현지 관객들을 고려한 프로그램으로 꾸민다.
프롬스 코리아 첫날 공연은 대중에게 세계적 수준의 음악을 다양하고 흥미로운 프로그램으로 선보인다는 취지를 담은 이 축제의 시작에 잘 어울리는 무대였다.
1부는 한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진은숙의 '수비토 콘 포르차'(Subito con forza)와 신동훈의 첼로 협주곡 '밤의 귀의' 등 현대음악으로, 2부는 교향곡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말러 교향곡 제5번으로 구성했다.
진은숙의 작품은 연주 시간이 5분 정도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다양한 악기 소리가 마치 서로 대화하는듯한 선율을 빚어냈다. 상임지휘자 라이언 위글스워스가 지휘한 BBC 스코틀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이를 섬세한 연주로 담아냈다. 이는 스코틀랜드의 국영 방송 오케스트라인 이 악단의 첫 내한 공연이다.
이날 아시아 초연된 신동훈의 첼로 협주곡 역시 매력적인 22분간의 무대였다.
한재민의 첼로가 묵직하고 깊은 비애를 읊조리면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각기 다른 악기 소리가 첼로 선율에 하나씩 합쳐졌다. 첼로가 스산한 슬픔에 이어 고뇌, 절망을 격정적으로 토해낼 때는 오케스트라에서 흘러나온 음들이 첼로 주변으로 하나씩 모여들어 음악에 실린 감정을 폭발시켰다가 이내 달래는듯한 정서를 자아냈다.
평소에 접하기 쉽지 않은 두 한국 현대음악가의 작품은 낯설지만 난해하거나 생경하지 않고 신선하고 흥미롭게 다가왔다. 클래식 음악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현대음악은 어렵다'는 선입견을 내려놓고 음악 자체로 즐길 수 있는 무대였다.
1부 프로그램이 끝난 뒤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지휘자 위글스워스와 한재민이 앙코르곡으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도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두 사람은 한국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이 곡을 감미롭고 애수에 찬 첼로와 서정적이면서도 우아한 피아노의 아름다운 하모니로 풀어냈다.
2부에서 이어진 말러의 교향곡 제5번은 변화무쌍한 음악으로 70분간 관객을 사로잡았다.
전반적으로 프로그램 구성이 다채롭고 균형이 좋은 공연이었다. 관객들은 큰 박수와 긴 환호로 응답했다.
BBC 프롬스 코리아는 8일까지 롯데콘서트홀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