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연구사 이 근 표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아울러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건강에 대한 이슈는 신문지면 하나를 고정적으로 차지한지 오래되었고, TV에서 건강을 특집으로 다루는 어떤 다큐멘터리는 300회를 넘었다. 이제 삼삼오오 모이면 건강, 운동 그리고 먹거리에 대해서 정보를 공유하고 나름대로의 견해를 피력하기에 바쁘다. 유전자변형생물체에 대한 관심의 증가도 우리사회의 이러한 건강에 대한 태도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유전자변형생물체에 대해서는 ‘유전자변형농산물, 이거 먹어도 되나요?’라는 안전성에 대한 질문은 일반인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 이 글에서 필자는 유전자변형생물체가 안전하다,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리기 보다는 그에 대한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세계적으로 최초의 안전성 심사 승인 사례는 후숙지연 토마토로 이는 1992년 승인되었다. 안전성심사 자료를 작성하는 데 5년 내외의 기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유전자변형작물의 안전성평가는 20년 이상 나이를 먹은 셈이다. 그동안 세계적으로 100여종의 유전자변형작물이 안전성심사 승인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유전자변형작물을 상업적으로 재배하기 전에 반드시 안전성평가를 수행하고 국가기관의 승인을 받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안전성평가는 유전자변형생물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방사선, 발암물질, 화합물 또는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평가의 역사는 더 오래되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안전성평가를 수행하면서 안전성평가의 일반적인 개념이 정립되었다. 안전성평가는 어떤 사건이 - 여기서는 유전자변형작물을 광범위하게 재배, 유통, 소비하는 것을 말함 -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의 특성과 발생가능성을 밝히는 과정으로 정의된다. 이때 위험은 평가의 대상인 사건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이며, 발생가능성은 노출가능성 또는 확률이다. 이러한 정의에는 매우 중요한 개념이 있는데 고유한 특성이 위험할 경우 발생가능성을 낮춤으로서 위해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안전관리의 전략이 나오게 된다.
그런데 유전자변형생물체의 안전성평가에는 특별한 부분이 있다. 평가의 대상이 하나의 물질이 아니라 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생물체이기 때문에 기존의 접근방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따라서 새롭게 만들어낸 유전자변형작물을 기존에 인간이 역사적으로 안전하게 사용한 경험이 있는 작물과 비교하는 과정이 중요하게 된다. 이러한 비교접근의 방법은 OECD, FAO, WHO 등의 국제기구에서 집중적으로 논의하여 정립된 것이다. 유전자변형작물의 경우 식용으로 섭취할 경우 안전한가에 대해서는 독성, 알레르기 유발가능성, 영양성분변화 등을 평가하고, 환경에 방출되었을 경우 안전한가에 대해서는 주로 유전자이동성, 잡초화가능성, 비표적생물체영향 등을 평가하게 되는데, 모두 기존 작물과 비교하는 과정을 거친다.
실무적으로 안전성평가는 광범위한 연구자의 협력이 있어야 가능하고 - 식물유전학자, 식물학자, 독성학자, 생태학자 등 - 5년 내외의 기간이 소요되며, 미국의 경우 한 종의 안전성평가를 수행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100억원 가량 필요하다. 이렇듯 안전성평가가 대규모 프로젝트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그만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철저한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반면, 소규모 연구소 또는 개발도상국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실용화 장벽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유전자변형작물의 개발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할 능력이 있는 대규모 다국적 농업생명공학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도 20년이 넘는 안전성평가의 경험을 활용하고, 안전성평가의 과학적 접근을 효율화하고 인력을 양성하는 등의 다각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이를 위하여 현재 농촌진흥청에서는 우리나라의 환경에 적합한 유전자변형작물의 안전성평가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있으며, 아울러 몇 종의 유전자변형작물에 대해서 안전성평가를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