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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ㆍ투고

【기고】 분노조절장애, 인성교육, 모두가 주인이 돼야 / 김병연


분노조절장애, 뉴스에서 심심찮게 듣는 병명이다. 주요 증상으로는 충동 조절이 어렵고 조절할 수 없는 충동감이다. 우선은 전문적인 병명보다는 분노라는 감정에 시선을 두게 된다. 분노는 말과 행동이 돌발적으로 격렬하게 표현되는 본능적인 감정이다. 기쁨, 슬픔 같은 단순하고 일반적인 감정과는 조금 분리되는 극한 감정이다. 가슴속에 과도하게 쌓여 있던 화가 어떤 계기로 인해 잠재돼 있다가 밖으로 과격하게 표출되는 현상이다. 특히 성장 과정에서 정신적 외상이 있을 경우 분노 조절이 더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살다 보면 나 자신은 물론 타인 또는 어떤 상황으로 인해 공격을 받고 마음의 안정감을 잃을 때가 있다. 요즘처럼 혼돈의 혼돈이 격랑 하는 시대에 더욱 빈번하게 일어나는 감정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시대다. 때론 사람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자행됨으로써 우리를 경악하게 만든다. 일례로 도로에서 앞을 가로막았다는 이유로 공포의 추격전을 벌이고 야구방망이를 휘두른다. 길을 건너다 무심결에 어깨 한번 부딪혔다고 무차별 폭행을 한다. 층간소음으로 살인까지 한다. 물론 이 세 이유는 직접적인 동기라도 된다지만, 다른 데서 받은 북받치는 감정으로 애먼 사람들이 무작정 날벼락 린치를 당하고 목숨까지 잃는다. 아파트 외벽 칠을 하는 사람의 핸드폰 소음이 시끄럽다는 이유로 줄을 잘라 목숨을 잃게 한 사건은 그야말로 극단적인 분노의 어이없는 결과였다.
 
이제 나하고 연관성이 없는 상황에서도 범죄의 대상이 된다. 한 사람의 감정 기복에 의해 불특정 다수의 희생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막연히 세상 탓이라고 하기는 메말라가는 인간 본성의 문제인 듯해서 두렵다. 특별하게 내 잘못이 없다는 것이 타인의 공격으로부터 비켜날 이유가 되지 않는 세상이다.
 
분노는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 드러내거나, 품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병적으로 표출될 때 분노조절장애 라고 진단한다고 한다. 이전에는 지나친 분노의 억압으로 인한 울화병이 많았지만 지금은 지나친 분노의 폭발로 인해 문제가 많아지고 있으니 삶이란 이래저래 고통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분노조절장애는 충동적 분노 폭발형과 습관적 분노 폭발형으로 크게 두 가지 양상이 있다고 한다. 충동적 분노조절장애는 도저히 화를 참을 수 없어 분노가 폭발하는 것으로 그런 사람들을 흔히 다혈질이라고 한다. 습관적 분노 조절장애는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분노 표현 자체가 효과적이라는 것을 학습한 사람들로, 목소리가 크면 이긴다는 식의 경험을 통해 시간이 갈수록 분노 표출 빈도가 커지는 경우다. 의사들은 그럴 경우 감정 조절을 위한 약물을 복용하거나 분노조절 훈련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찾도록 해야 한다고 한다.
 
품어서 문제이고, 드러내서 문제이니 진짜 해결책은 무엇일까. 정신과 의사들은 어떤 식으로든 참지 말라고 조언한다. 여기서 참지 말라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서 진정시키는 방법을 강구하라는 뜻이지 어떤 공격성으로 다른 무엇에게 해를 끼치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분노 유발 조건이 산재한 세상, 왜 이렇게 참을 수 없는 일들이 많은가. 물론 사람의 마음이 순전히 마음먹는다고 조절 가능한 것은 아니다. 물리적이고 심리적인 도움도 필요하고 내 마음의 수련도 필요하다. 안에서 또 다른 불균형이 도래할지라도 나의 마음을 추스르는 조절은 해야 한다.
 
그렇다면 자주 솟구치는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바로 ‘느림’이 아닌가 싶다. 조금 천천히 생각하고 천천히 표현하고 행동하는 템포 조절이 최선책이 아닌가 싶다.
 
예전 우리의 조상들은 참는 것이 미덕이라고 했다. ‘참을 인’자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했고, 며느리에게는 벙어리 삼 년, 귀머거리 삼 년을 주입시켰다. 어쩌면 지금 그런 노력이 필요한 때인지도 모르겠다. 조금씩 참고 호흡을 고르는 것, 이 시대에 정말 필요한 덕목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교육이란 인간을 부단히 성장하고 발전하는 존재로 간주해 바른 인성 함양과 능력을 길러 자아실현을 돕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바른 인성 함양이 가정교육이나 학교교육에서 잘 이뤄지고 있지 않아서 인성교육이 소홀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오늘날의 교육위기는 비인간화 현상이라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때문에 인간가치의 고양, 자율성의 함양, 도덕적 인격 형성, 조화된 인간성, 문제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은 우리 시대, 우리 교육이 당면한 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에 있어서 학창시절은 가장 값진 시기로 인생의 올바른 가치관과 신념을 형성하는 적기이다. 때문에 교육 실천의 도장인 학교가 학생들이 성공한 인생으로 살 수 있도록 인성교육의 길라잡이로 삶의 지혜를 가르치는 일에 큰 비중을 두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성은 사람의 가치관, 도덕적 성숙, 정신적 수양을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사람의 삶의 방향과 도덕적 행위의 질적 수준을 결정한다. 한 사람의 인성이 어떠하다는 것은 그의 마음의 바탕이 어떠하며 사람된 모습이 어떠하다는 말이다. 마음과 사람됨은 서로 간에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것으로 통합된 마음은 사람됨의 바탕이 되고 사람됨은 통합된 마음이 가치의 실현을 통해 드러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다운 모습은 개인적 차원에서는 자아를 실현하는 사람에게서, 사회적 차원에서는 도덕적 삶을 사는 사람에게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다운 사람이 되도록 도와주는 일은, 즉 자아실현을 위한 가치교육으로 학생 스스로가 올바른 의식의 내면화로 인격을 갖춘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돼야 한다.
 
이와 같은 교육을 할 때는 인간에 대한 존중과 신뢰, 공감적 이해 속에서 감명을 주는 가르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특히 현대사회는 모든 것이 급변하고 가치 갈등이 심하게 나타나고 있어 청소년들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을 바로 잡기 위해서도 감명을 주는 가르침은 더욱 강조돼야 한다.
 
감명을 주는 가르침을 통해 잘못된 가치관을 바로잡아 주고, 좌절한 학생에게는 재기의 의욕을 불어 넣어주고, 교훈적인 삶의 지혜를 통해 바른 인격 형성에 도움을 줘야 한다.
 
내일을 열어주는 가르침은 교육의 과정에서 교육의 본질을 보다 충실하게 하는 교육적 설득으로 바른 인성의 내면화와 실천적 인격화에 큰 영향을 준다고 하겠다.
 
인성교육이란 학교뿐 아니라 가정과 사회가 공동 책임을 져야 할 과제이다. 인성교육의 기초는 가정교육이다. 가정의 문화, 부모나 형제간의 관계는 인성 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즉 가족으로부터 전인격적 감화를 크게 받는다. 특히, 자식은 부모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부모가 바르게 살지 않는데 자식이 바르게 살 수는 없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교교육은 전 교과의 운영과정에서, 학교의 전체적 분위기에서 생활을 통한 인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학급운영, 학교운영 등 전반에 걸쳐서 학생 개개인의 인격이 존중되고 개성과 소질이 계발돼 잠재 가능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교육활동을 하고 학교 운영이 돼야 한다.
 
교육은 인간을 가치 있는 존재로 새롭게 탄생시키는 역사이다. 앞으로 좋은 학교란 입시 준비에만 전념하는 학교가 아니라 그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얼마나 인간의 자질을 갖추고 나왔느냐 하는, 즉 인성교육을 중시하는 사회풍토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인간다운 삶을 나누는 살기 좋은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60대 후반 정도 되는 사람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까지 만해도 우리나라 농촌에는 머슴제도가 있었다. 머슴이란 농가에서 숙식을 하면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일정한 대가를 받는 고용살이하는 남자를 지칭하는 말인데 주로 자기 소유의 논밭이 전무한 사람이 농사지을 땅은 많으나 일손이 부족한 대농가(大農家)에 가서 새경을 받고 일을 해주는 사람을 말한다.
 
새경은 주로 쌀로 받았는데 1년에 상머슴은 열다섯 가마니 정도, 중머슴은 열 가마니 정도, 몸이 약하고 일에 서툰 머슴은 대여섯 가마니 정도 받았다. 요즘의 기준으로 보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저임금이고 노동력의 착취에 해당되지만, 먹고살기가 무척이나 어려워 머슴살이이나 식모살이도 서로 하려고 애쓰던 시절이 바로 그 시절이다.
 
머슴 중에는 주인이 곁에 있든 없든 자기 집 일처럼 열심히 일하는 주인 같은 머슴도 있었지만, 대부분 주인이 있을 때에는 열심히 일하는 척하고 주인이 보이지 않으면 슬슬 쉬면서 적당히 일하는 머슴이 많았다.
 
주인과 머슴 사이에는 커다란 의식의 차이가 있다. 주인은 능동적으로 열심히 일하지만 머슴은 피동적이고 주인의 눈치나 살피며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
 
주인과 머슴이 사라진 오늘날 나그네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머슴은 시키는 일이라도 하고 주인의 눈치라도 보지만, 나그네는 어떤 의무나 책임감 없이 철새처럼 잠시 머물렀다가 훌쩍 떠난다.
 
학교의 주인은 누구일까. 교직원은 일정한 기간 동안 근무하다 전출가면 그만이지만, 학생은 졸업을 해도 모교와 졸업생이라는 관계가 영원히 남는다. 학생이 주인의 성격에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학생에게서 주인의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다. 선생님이 있는지 없는지를 살핀 후 실내에서 신발을 신고 다니거나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는 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버리는 학생은 많은데 능동적으로 줍는 학생은 거의 없으니 영락없는 나그네의 모습이다.
 
학생들만 탓할 것도 없다. 거리에 나가보면 운전자 중엔 담배를 차안에서 피우고 차창 밖으로 담배꽁초를 버리는 운전자가 부지기수이다. 차창 밖을 쓰레기장으로 착각하고 사는 것 같다. 차에 탄 아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차를 타고 가면서 껌종이나 과자봉지 등의 쓰레기를 차창 밖으로 마구 던진다. 엄마, 아빠의 그런 행위를 수도 없이 봐 왔을 테니까 아주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 것이다.
 
행락철 유원지에는 놀고 간 흔적들이 역력하다. 빈병, 휴지, 남은 음식물 등이 바로 그것이다. 먹고 마시며 즐긴 뒤 떠난 나그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이다.
 
주인이 나그네로 전락한 가정과 학교와 직장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우리 모두 머슴이나 나그네가 아닌 주인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병연 / 시인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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