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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ㆍ투고

【기고】 부부(夫婦)와 작가(作家), 그리고 횡설수설 / 김병연


인간은 본래 이기적인 존재이다. 그러나 교육과 사회화 과정을 거치면서 이타(利他)가 무엇인지를 배운다. 특히 인간과의 관계에서 부대껴본 경험은 이기(利己)만으로는 세상을 살아갈 수 없음을 깨닫게 해준다.
 
부부관계도 마찬가지이다. 각자 다른 환경에서 각자의 생활습관과 태도를 지니고 살았던 남녀가 만나 하나가 되기는 쉽지 않다. 또한 서로의 관계 속에서 손해 보려 하지 않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그동안 깨달았던 이타의 마음을 무너뜨린다. 이제 막 결혼을 한 신혼부부도 인간 본연의 이기적인 마음, 즉 주도권을 잡거나 상대방을 길들이겠다는 생각으로 인생의 새 출발을 하는 경우가 많다.
 
부부생활은 불특정 다수가 아닌 둘만의 관계에서 이루어짐으로 쉽사리 약점을 감출 수 없다. 더구나 서로에게 부끄러움을 감출 필요가 없는 아주 편한 관계이기 때문에 조심하려는 마음도 없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모든 것을 여과 없이 드러내 보일 수밖에 없다.
 
양보와 타협이 없는 이기적인 존재로서의 출발은 어김없이 갈등을 유발한다. 갈등이 증폭되면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부부 간의 싸움은 처음엔 아주 사소한 일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양보와 타협이 없다 보니 침소봉대(針小棒大)가 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다 보면 상대가 싫어지고 결혼을 후회하게 된다. 이러한 부부는 결국 성격 차이라는 이유로 이혼을 하고 만다.
 
그래서 부부관계에도 관록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함께 생활을 한 부부는 아무리 크게 싸워도 순간적으로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 그리고 점차 싸움의 횟수도 줄어든다. 그들도 처음에는 분명 성격 차이를 경험했으며 결혼에 후회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인내를 할 줄 알았다. 부부관계에서 갈등이 폭발해 싸움을 한 뒤 인내의 시간을 가지면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이타적 마음이 생기거나,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사건에 대한 포기의 마음이 생긴다. 이렇듯 이해와 포기의 마음이 점철되다 보면 부부관계에도 경험이 쌓이고 이기만으로는 결혼생활을 할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그래서 부부는 싸워야 정상이다. 반면 부부싸움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자랑하는 금슬 좋은 부부는 오히려 위험하다. 싸움이라는 관록이 쌓이지 않아 정작 실전이 벌어지면 약할 것이기 때문이다. 싸움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부부가 실전이 벌어졌을 때 얼마나 놀라고 당황스럽겠는가. 그래서 온실 속의 화초는 작은 비바람에도 쉽사리 쓰러진다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부부가 인생을 함께 살면서 싸우지 않고 살 수는 없다. 어떤 모양새로든 싸움은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싸움은 서로에게 상처와 스트레스를 준다. 스트레스를 자주 받으면 얼굴도 일찍 늙고 찌들어 보기가 흉해진다. 부부가 싸움을 통해 서로를 알아간다고는 하지만 너무 잦은 싸움은 서로에게도, 자식에게도, 이웃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부부싸움을 슬기롭고 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남자와 여자는 타고난 성정이 다르다. 자라는 환경과 사회화 과정도 달랐다. 이러한 남녀가 결혼을 하여 하나가 되는 과정이 어찌 그리 순탄하겠는가. 차이점을 인정하고 이타적인 마음으로 양보와 타협을 하려는 태도가 요구된다. 부부가 싸우는 것이 정상이지만, 싸움은 서로를 알아 앞으로 덜 싸우기 위한 변곡점으로 생각해야 된다.
 
부부싸움은 극단적 언행이나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극단적 언행이나 행동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싸운 뒤에는 반드시 인내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인내를 하는 동안에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상대를 인정하려 애써야 한다.
 
부부는 이혼하지 않고 자식들이 부모 없어도 아쉬울 것 없을 때까지 건강하게 장수해야 된다.
 
많은 사람들이 작가(作家)가 너무 흔하다고 말한다. 심지어 대한민국은 작가공화국이라는 말도 있다. 보통 다른 나라에서는 자신의 저서를 출판하는 것으로 작가라는 명칭을 얻는데, 우리나라는 등단 제도라는 형식을 거쳐야 인정을 받게 된다. 작가의 수준이 어떤 등단을 거쳤느냐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게 된다. 그러다보니 등단한 작가도 재등단이라는 과정을 거쳐 남에게 더 수준 높게 보이는 곳으로 다시 등단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작가의 출신 등단지가 어느 대학을 졸업한 것처럼 서열이 매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초 그것을 아는 사람은 신춘문예나 메이저 잡지로 등단하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고 마침내 그 영광을 거머쥐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그래서 작가의 하향수준을 비판하기도 한다. 그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등단한 후에도 스스로 노력해 공부하지 않고 마구 글을 써대기에 작가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는 작품을 발표하기도 한다. 그러나 바꾸어 생각해 보면, 모두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는 없다. 실력 있는 작가가 돋보이는 까닭은 바로 실력 없는 작가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의 주인공이 빛나는 까닭은 조연급 배우와 수많은 엑스트라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의 모든 분야에는 등급과 서열이 자연히 나눠질 수밖에 없다. 같은 강사라도 명강사가 있고 같은 기술자에도 명장이라는 이름이 따로 있다. 작가의 세계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좀 부족한 작가들이 있기에 일류 작가라는 사람들이 더 빛날 수가 있으니 감사할 일이다. 만약 일류 작가만 존재하더라도 그 속에서 새로운 작가의 서열이 매겨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세상 모든 분야에서 줄서기와 줄 세우기란 존재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작가라는 이름으로 등단을 했다면 마땅히 이름에 맞게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원고를 쓰되 최소한 맞춤법은 점검을 해야 한다. 실력의 차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기본은 유지해야 한다. 등단을 하고 나서도 끊임없이 독서와 집필을 통해 문장의 실력을 쌓아야만 스스로의 가치를 높일 수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쌓이다 보면 좋은 작품이 만들어질 것이고, 그 작품이 작가를 말해 줄 것이기 때문에 어디로 등단을 했든지 인정을 받을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이 있다. 저질 주화가 금화를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경쟁사회인 이 세상은 그렇게 되지 않기도 한다. 소수이지만 오히려 소비자는 많은 돈을 주고서라도 명품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명품의 값을 낼 수 없는 사람은 B급 상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명품과 B품이 공존하는 것이 이 세상이다.
 
히틀러에 의해 게르만 민족만 우수하니 그 외의 민족은 도태돼야 한다는 명분으로 자행됐던 전체주의는 참으로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작가가 넘쳐나는 시대이지만 책은 팔리지 않고 출판사와 서점은 어렵다고들 한다. 훌륭한 작가가 많은데도 책이 팔리지 않는다는 것은 좋은 작품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정신적 빈곤의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성적인 것보다는 시각적인 것에, 감각적인 것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시대이다. 물질적 풍요가 정신적 풍요를 함께 만들면 좋겠지만, 그렇기는 어렵다. 그런 시대에 작가라는 이름을 위해 돈도 되지 못하는 글을 열심히 쓰고 있는 필자를 포함한 무명의 작가들에게 자위의 힘찬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자연은 평화롭기만 하다. 때가 되면 어김없이 꽃이 피고 꽃이 진다. 꽃을 밟고 올라오는 나무도 없고, 잔 나뭇가지를 부러뜨리지 않는 큰 나무는 홀로 푸르지 않다. 하지만 사람 사는 요즘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시끄럽다. 나쁜 것은 나쁜 것이고 옳은 것은 옳은 것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논리가 요즈음은 잘 통하지 않고 있다. 바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향해 지탄의 목소리와 응원의 목소리가 뒤섞여 네 편 내 편으로 갈리고, 울분과 탄식, 그리고 회의감마저 들 때가 많다.
 
끝없이 늘어선 가로수나 호수 주변의 벚꽃도 아름답지만, 가로등이 켜진 뒤 만개한 벚나무 아래서 고개를 젖혀 올려다보면 하늘 가득 꽃 잔치가 펼쳐진다. 가지와 가지 사이에 달이라도 들어오면 ‘달을 품은 벚꽃’이 연출된다. 나무 아래에서 올려다보고 한 걸음씩 움직여 보면 다른 가지 사이로 따라와 벚꽃에 안기는 달을 보게 된다.
 
여러 꽃 중 벚꽃만큼 화사한 꽃이 또 있을까. 벚꽃이 만드는 따뜻하고 화사한 그늘, 작은 벚꽃이 모여 만드는 꽃그늘 아래에서는 모두가 아름답고 환하고 마음 설렌다.
 
벚꽃 그늘 아래 작은 돗자리를 펴고 웃음을 나누는 가족과 친구, 연인들의 소박하고 따뜻한 아름다움이 보기 좋다.
 
장미는 불고 희고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그늘을 만들지는 못한다. 벚꽃은 아주 조그만 꽃들이 알알이 뭉쳐져 커다란 하나의 꽃이 될 때 아름다움은 배가 된다.
 
벚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벚꽃이 만드는 그늘, 그 그늘은 느리고 화사하다. 그 느린 그늘이 우리를 감쌀 때 우리는 세상 속에서 인생 달리기를 멈추고 잠시 쉴 수가 있다.
 
여유와 안식은 평화를 가져온다. 뙤약볕 아래 우리는 늘 바쁘고 치열하다.
 
인생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늘 달리고 있는 것이다. 마치 멈추면 쓰러지는 팽이처럼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돌리고 괴롭히며 오늘을 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주위를 둘러볼 여유도 없이, 이웃과 같이 살아야지 하면서도 실상은 주위 사람보다 더 나아야 스스로 만족한다.
 
사람의 얼굴은 하나의 풍경이며 한 권의 책이다. 용모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만발한 벚꽃 아래서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함께 있을 때의 표정, 이 표정만큼 행복한 얼굴이 있을까. 눈처럼 흩날리는 벚꽃을 보며 봄바람을 느낄 때 우리는 저절로 행복한 사람이 된다.
 
나무와 꽃이 자라고 피고, 새가 울고 다람쥐가 노니는 산은 생명체의 시네마스코프다. 산은 철따라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며 아낌없이 버리는 철학의 산실이고 침묵을 통한 무언의 웅변을 하고 어머니의 가슴 같고 만년을 믿어도 좋은 친구 같으며 청순한 처녀 같은 영원한 연인의 모습이다.
 
산은 인간에게 무한한 깨우침을 주는 진리의 보고이며 찬란한 시(詩)이고 아름다운 예술이다. 인간의 정신적 고향이고 육체의 귀의처다. 정직과 순리와 진리의 화원이다. 광의로는 인간도 자연에 속하지만, 인간은 사고력을 갖고 말을 하며 문자를 사용하는 존재라는 점과 모든 생명체가 인간에 의해 가치와 의미가 정립된다는 점에서 다른 생명체와 구별되고 있다.
 
인간은 자연을 가까이 하는 삶을 영위해야 한다. 봄의 화초처럼 생명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고, 여름의 녹음처럼 우거질 수 있으며, 가을의 산처럼 열매를 생산할 수 있고, 겨울의 지구처럼 인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늦가을의 나무처럼 아낌없이 버릴 수 있어야 하고 한 겨울의 대지처럼 다가올 봄에 내놓을 생명체를 위해 긴 인고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난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학창시절 배운 숲에 대한 지식이 아니더라도 숲이 주는 고마움에 대해 우리는 알고 있다.


김병연 / 시인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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