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국민의힘 내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위한 '질서 있는 조기 퇴진' 로드맵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미 여권에서는 '12·3 비상계엄 사태'로 악화한 민심을 회복하고 조속한 국정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의 임기 단축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전날 탄핵소추안 표결 무산으로 당장의 고비는 넘겼지만, 야당이 '매주 탄핵 발의·표결'을 예고한 상황에서 언제든 정국 수습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렸다.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전제로, 당정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윤 대통령 퇴진을 포함한 국정 안정의 로드맵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대표는 8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대국민담화를 통해 "질서 있는 대통령의 조기 퇴진으로 대한민국과 국민에게 미칠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정국을 수습하고 자유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그 시기와 방식이다. 당장 한 대표가 밝힌 '조기 퇴진'의 시점을 두고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사이 인식차가 감지된다.
특히 친한계 일각에서는 '하야' 요구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날 윤 대통령 탄핵안 부결, 검찰의 내란죄 수사 전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국민 시각에서 임기 단축을 위한 개헌 등은 너무 '먼 이야기'로 퇴진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친한계 한 의원은 통화에서 "탄핵에 따른 퇴진 타임라인(최장 6개월)보다는 빨라야 한다"며 "당장 내일이라도 탄핵해야 한다는 게 국민 정서인데 임기 단축 개헌 등은 너무 오래 걸리고, 야당이 수용할 가능성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친윤계를 포함한 주류·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는 윤 대통령의 '2선 후퇴', 임기단축 개헌, 책임총리제 등을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의 로드맵으로 제시하고 있다.
임기단축 개헌을 통해 2026년 6월 지방선거 때 '조기 대선'을 함께 치를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한 친윤계 의원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채울 수 없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다"며 "국정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임기단축 개헌 등을 통한 질서 있는 마무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재선 의원은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대한 결론 없이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은 불가능하다"며 '하야 시나리오'를 일축했다.
'당내 논의·결정 주체'를 둘러싼 신경전도 고조되고 있다.
한 대표 측은 "한 대표와 한 총리 간 정례 회동을 시작하는 만큼 당정, 당내 논의 기구를 마련하는 방안도 순차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5선의 윤상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대통령의 직무배제, 질서 있는 조기 퇴진 등의 방안 역시 당내 논의가 필요하다"고 썼다.
이는 앞서 한 대표가 담화에서 "퇴진 전이라도 대통령은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윤 의원의 발언은 대통령의 직무배제 등은 당 대표가 선언하듯이 밝힐 것이 아니라 내부 논의를 거쳐 결론 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른 중진 의원은 "큰 틀에서 방향성은 맞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당의 총의를 모으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한 대표 혼자서 결정할 사안이 아닌 당의 존립과 관련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추경호 원내대표의 사임에 따른 '원내지도부 공백' 상황도 이 같은 혼란을 가중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 탄핵안 폐기 직후 사의를 표명한 추 원내대표에 대해 의원들은 거수 표결로 재신임을 추인했지만, 추 원내대표는 복귀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 중진 의원들은 9일 국회에서 4선 이상, 5선 이상 회의를 잇달아 열어 국정 수습에 관한 의견을 교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