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내란 혐의 피의자로 수사 대상에 오른 윤석열 대통령이 군 통수권을 포함한 대통령의 권한을 여전히 갖고 있어 논란이 이어진다.
국방부는 9일 정례브리핑에서 '지금 국군 통수권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언론의 질의에 "대통령께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사태의 후폭풍으로 지난 7일 사실상 2선 후퇴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대통령의 2선 후퇴는 법상 존재하지 않는 선언적 의미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권한을 행사한다 해도 제한할 방법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로 외국에 국가를 대표하며, 국군을 통수한다. 공무원 임면, 조약체결, 외교사절, 선전포고·강화, 계엄선포 등 권한도 대통령에게 속한다.
윤 대통령이 거취나 국정 운영을 여당과 국무총리 중심 정부에 일임한다고 했지만, 법적인 대통령 권한은 여전히 윤 대통령에게 살아있는 것이다.
실제 윤 대통령은 전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면직을 재가하는 임면권을 행사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 법학전문대학원 헌법학 교수는 전화통화에서 "현행 헌법상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할 방법은 탄핵 또는 하야"라며 "모든 것을 여당과 정부에 넘기겠다는 것은 개인적인 수사이지, 대통령 권한을 행사해도 제한할 방법이 전혀 없다. 행안장관 면직 외에 앞으로 추가적으로 인사권 등을 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수사를 받으며 직을 유지하는 것에 법적 장애는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대통령 위임에 따른 총리의 국정운영은 위헌이라며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학계에서는 총리의 국정 운영이 위헌이라는 의견과, 비상 상황을 감안해 국무총리 관련 헌법 조문을 적극 해석하면 가능하다는 의견이 동시에 나온다.
헌법 86조는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고 돼 있다.
이황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86조를 현 상황에서 적극 해석해 대통령의 명에 따라 잠정적·일시적으로 총리가 행정의 중심적 역할을 맡기는 것 자체를 위헌이라 단정하긴 어렵다"며 "그러나 행정부 권한이 아닌 국가 원수, 군 통수권, 외교 등 다른 권한까지 총리에게 위임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고 밝혔다.
여당은 윤 대통령의 '질서있는 퇴진'을 외치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날 윤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국정에서 배제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이같은 발언도 법적으로는 효력이 없어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다시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하더라도 제한할 방도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예컨대 계엄 발동권은 대통령 권한이므로 윤 대통령이 '추가 계엄은 없다'는 약속을 번복해 다시 계엄을 선포하는 것도 법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윤 대통령이 직을 유지한 채로는 직무에서 배제하거나 권한 행사를 제한할 법적 방법은 없어 현재와 같은 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 순서로 대통령 권한을 행사한다.
대통령 궐위(직위·관직이 빔)나 사고로 인한 직무 수행 불가능 상황에 대해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거나 헌법에 따라 직무가 정지되고, 스스로 물러난 경우는 명확하게 궐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내란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체포·구속 등 구금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를 어떻게 볼지는 현재로선 명확하지 않다.
일단 헌법상 '대통령이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로 규정되면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게 된다.
헌법 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한다.
한 로스쿨 교수는 "궐위는 파면, 사망, 하야(자진사퇴)로 그 사례가 명확하지만, 대통령의 '사고'는 직은 있으되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라면서 "현직 대통령이 구속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사고'로 보는 게 헌법학계 다수의 견해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헌법은 1987년 개정 이후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아 추상적인 데다, 일부 국가처럼 대통령의 직무 불가능 여부를 판단할 별도의 기관도 없어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이황희 교수는 "지방자치법상 지방자치단체장이 구속기소 되면 업무 수행이 원활치 않다고 보고 부단체장에게 권한이 넘어가는데, 대통령에 대해서는 기준·규정이 없다"며 "만약 대통령이 구금되고도 '옥중 결재를 하겠다'고 주장할 수 있고, (상반 주장이) 팽팽히 맞설 것 같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 민주당 주철현 최고위원은 이날 "대통령의 옥중 집무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질서 있는 퇴진은 헌법에 규정된 탄핵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