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8일 북핵 문제와 관련, "미국의 신행정부 출범 이전에 우리의 대응 구상과 로드맵을 마련해 북미 협상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오전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외교부·기재부 장관 합동 외신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국내 정치 혼란 상황에도 내년 1월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북한과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다.
조 장관은 트럼프 당선인이 리처드 그레넬 전 주독 대사를 북한 업무를 포함한 '특수 임무' 담당 대사로 지명한 점을 언급하며 "북한 문제, 특히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생각을 우선순위 과제에서 빼놓지 않았다는 걸 입증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앞으로 핵문제 포함해 북한과 협상 기회가 열린다면 그 모든 기회에 열려있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 측과의 소통과 관련, "이번 사태가 그전에 구축해놨던 소통의 정치적 동력을 좀 약화한 측면이 있기에 그 동력을 회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여서 제약이 있지만 동력 회복을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일본 외신이 한국의 정치 상황이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사업 준비에 영향이 있는지 묻자 "하등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이런 우리 국내 상황을 일본이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여 60주년을 기념하고 미래지향적 의미를 만드는 데 좀 주춤할까 봐 오히려 우리가 걱정하는 상황"이라며 "일본이 더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다뤄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우크라이나전 조기 종전 의지를 밝힌 트럼프 당선인 구상에 대해 "의지가 강하다하더라도 단기간 내 종전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우크라전 양상과 종전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 등 동향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대응 전략을 취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비상계엄 여파와 대통령 탄핵 정국에 따른 경제적·외교적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조 장관은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하에서도 우리의 국력과 위상에 걸맞은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는 기존의 외교정책 기조는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라며 "최단 시일 내 우리 외교를 정상화시키고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전력투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한미동맹과 한일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한미일 3국 협력의 모멘텀이 지속되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며, "중국과의 관계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긴밀한 소통을 유지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다자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과 신뢰를 조속히 회복할 것"이라며 "내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도록 가용 자원을 모두 동원해 착실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프랑스 정치 사상가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발언을 인용해 "민주주의는 언제나 자기 스스로를 고칠 수 있는 힘을 가진 체제"라며 "이번 계기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한 걸음 더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