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22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론이 거론되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한덕수 출마론'을 다시 띄우는 분위기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권한대행의 출마론과 관련해 "파면된 대통령을 대신해서 국정과 선거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자신의 본분과 책임을 망각했다"며 "당과 국회가 결단해 국무총리 탄핵소추를 즉각 추진하자"고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탄핵 사유가 없음에도 민주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하겠다면, 자신 있으면 하길 바란다"며 "겁박에 그치지 말고 실행하라"고 맞불을 놨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 탄핵안을 추진할 경우 '줄탄핵'에 따른 국정 공백을 재차 부각할 수 있고,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명분까지 마련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한 의원은 연합뉴스에 "민주당이 탄핵해주면 오히려 감사하다"며 "탄핵 소추되면 국무총리에서 사퇴하고 출마를 결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이 출마한다면 당 경선을 통해 선출되는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반이재명' 빅텐트 구성을 위한 연대 움직임이 더욱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한 권한대행 출마를 강하게 촉구했던 박수영 의원은 이날 매일신문 유튜브에 나와 "한 대행이 90% 정도의 확률로 출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문수 대선 경선 후보를 지원 중인 박 의원은 "보수·중도의 단일화가 가장 중요한 이슈"라며 "큰 텐트를 치는 것이 보수 우파들이 이재명이라는 '포퓰리스트'를 꺾고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정치권 외곽에서도 한 대행 출마론에 다시 불을 붙이는 모습이다.
'한덕수 대통령 국민후보추대 위원회'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 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난국을 타개할 유일한 지도자로 한 권한대행을 지지한다"며 출마를 촉구했다.
박성섭 추대위 공동위원장은 회견에서 "한 대행이 나온다는 여러 가지 증거가 있다"며 "5월 4일경 그런 액션이 있지 않겠느냐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달 4일은 현직 공직자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공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사퇴 시한이다.
회견 참석자들은 시민단체 인사, 정치 지망생 등이 주를 이뤘다. 앞서 사전에 소문이 돌았던 것과는 달리 정치 원로나 진보·보수 진영의 유력 정치인은 회견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총리실 관계자는 "추대모임과 총리실이 사전 교감하거나 커뮤니케이션 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추대모임이 한 권한대행을 개인적으로 접촉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한 대행이 사퇴 후 출마하더라도 정당의 물적·인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무소속 후보라는 점은 현실적 난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 대행 출마를 공개적으로 촉구해 온 국민의힘 의원들조차도 탈당해 한 권한대행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보다는 결국 양측 후보 단일화를 위한 가교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만약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한 대행과의 단일화 협상에 부정적이라면 한 대행의 출마가 대선 본선에서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당 일각에서 제기된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출마를 결심하더라도 공직에서 먼저 사퇴한 뒤 출마 선언 시점은 국민의힘 후보가 선출된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덕수 출마론'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가운데 한 권한대행의 한미 통상 협상을 두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날 선 공방을 이어갔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한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를 정해 놓고 졸속 관세 협상으로 출마 장사를 하고 있다"며 "노욕을 위해 국익을 팔아먹는 '제2의 이완용'"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유튜브에서 민주당을 향해 "겁먹은 것이다. '나오지 말라'고 미리 초를 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함인경 대변인은 논평에서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보유 당인 민주당이 무엇이 그토록 두려운지"라며 "관세 협상은 출마 장사가 아니라, 국민의 먹거리와 산업을 지키는 최전선"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