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국민의힘에서 친한(친한동훈)계를 자처하던 장동혁 최고위원과 진종오 청년최고위원이 14일 최고위원직에서 동반 사퇴했다.
이들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친윤(친윤석열)계 김재원·김민전·인요한 최고위원에 더해 이들까지 사퇴할 경우 '한동훈 지도부'가 붕괴하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한 대표 리더십에 균열이 생긴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장 의원은 앞서 '탄핵 가결 시 최고위원직 사퇴'라는 입장을 밝혔다가, 지난 12일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결정을 정당화하며 탄핵 심판을 받겠다는 취지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자 "상황이 달라졌다"며 입장 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친한계 일각에서도 장 의원이 '한동훈 비대위' 시절 사무총장을 역임하는 등 친한계 핵심 당직자인 점을 들어 결국 장 의원이 사퇴 의사를 접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장 의원은 이날 한 대표가 탄핵안 가결 뒤 의원총회를 찾아 '탄핵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뒤 퇴장하자, 가장 먼저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지난 7월 전당대회 당시 한 대표 러닝메이트로 뛰어 청년 최고위원에 당선된 진종오 의원도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한 대표가 "당론으로 탄핵에 찬성하자"고 주장했음에도 당 의원들이 '반대 당론'을 유지하고 여당 이탈표가 12표에 그친 점도 한 대표의 리더십 한계를 보여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앞서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이들은 비윤(비윤석열) 성향의 안철수·김상욱·김재섭 의원과 친한계 조경태·김예지·진종오·한지아 의원 등 총 7명이었다.
이들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하면 5명의 추가 이탈표가 나온 셈인데, 5명 모두 친한계로 추정해도 친한계의 전체 이탈표는 9명에 그친다.
그동안 공개 모임 등을 통해 확인된 친한계 의원은 20여명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탈표 숫자가 이 인원에도 못 미친 셈이다.
당 안팎에서는 직설적 화법을 구사하며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밝히는 한 대표 특유의 '스타일'로 그동안 내부 반감이 누적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소속 의원들이 탄핵 가결 과정에서의 당 대표 책임론을 제기하며 '사퇴하라'라는 취지로 항의하자, "제가 (반대 당론 결정에) 투표했습니까", "제가 비상계엄 했습니까"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원내 관계자는 "한 대표의 발언에 의원들의 분위기가 격앙되면서 최고위원들이 사퇴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의총에서 '지도부 총사퇴'를 결의한 것은 사실상 한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 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대표직 사퇴에 선을 그었다.
한 대표는 지난 12일 원내대표 선출을 위해 열린 의총에서도 윤 대통령 담화에 대해 "사실상 내란을 자백했다"고 발언하면서 친윤계 의원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당시 친한계 일각에서도 '발언이 과해 불필요한 반감을 샀다'는 이야기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