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엔 수많은 생각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시드니항에서 오페라 하우스를 바라보며 유람선도 타보고 사르트르와 보부아르가 연애했다는 불란서 카페에 가서 커피도 마셔보고 천국과 한 뼘 거리라는 스위스 융프라우에 올라 온 세상을 발아래 두고 사진도 찍었다 삶의 결과는 좋아 자식농사 풍년 들고 돈 걱정 없이 살지만 몸은 세월을 속일 수 없다 세월을 딱 10년만 되돌릴 수 있다면 참 좋겠다 김병연 | 시인/수필가
이렇게 생각하세요 맛있는 반찬이 없을 땐 밥을 조금 먹으니 건강에 좋겠구나 이렇게 생각하세요 집이 맘에 안 들거나 승용차가 맘에 안 들 땐 그래도 없는 것보다 얼마나 좋은가 이렇게 생각하세요 가난이 불만일 땐 1960년대와 비교하면 나도 부자이구나 이렇게 생각하세요 괴로울 땐 그래도 저승보다 이승이 좋다고 이렇게 생각하세요 만족하지 못할 땐 웬만하면 긍정적으로 그러면 마음이 편안할 겁니다 김병연 | 시인/수필가
죽을 때까지 채워도 다 못 채우는 욕망을 향해 우리는 늘 달리고 있다 마치 멈추면 쓰러지는 팽이처럼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돌리고 괴롭히며 오늘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주위를 둘러볼 여유도 없이 남과 같이 살아야지 하면서도 실상은 주위 사람보다 내가 우월해야 만족한다 바람처럼 와서 구름처럼 머물다 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인 것을… 김병연 | 시인/수필가
영국이 낳은 세계적 문호(文豪) 셰익스피어는 끝맺음이 좋아야 모든 것이 좋다고 했다. 유종의 미(有終의 美)란 우리말도 있다. 시작도 중요하지만 끝은 더욱 중요하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은 수치이고 용두사미(龍頭蛇尾)는 더 큰 수치이다. 최후의 승리자가 진짜 승리자이다. 한 해가 또 지나간다. 어느덧 한 해가 서서히 저물어 간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 해가 대단원(大團圓)의 막을 서서히 내리고 있다. 우리 지난날을 반성해 보자. 반성 없는 삶은 발전이 없다. 조용히 자신을 성찰하고 힐문하고 책망하자. 그래야 삶은 발전이 있다. 한 해를 보내면서 세 가지 물음을 자신에게 던져보자. 첫째, 나는 얼마나 성실(誠實)하게 살았는가. 둘째, 나는 얼마나 남과 비교(比較)하지 않는 삶을 살았는가. 셋째, 나는 얼마나 보람 있게 살았는가. 먼저 성실의 거울 앞에 서자. 사적인 일이든 공적인 일이든 최선을 다했는가. 만심(慢心)의 노예가 되어 경거망동하지는 않았는가. 남편의 전처소생을 이유 없이 미워하지는 않았는가. 로비(학연·지연·혈연 등의 빽, 금품, 향응, 아부, 선물, 줄서기 등)의 노예가 되어 연공서열을 철저히 무시한 채 근무평정을 하여 피평정자로부터 원성을
세상을 바라보는 것, 세상과 사랑하는 것, 세상을 느끼는 것, 세상과 이별하는 것, 그리고, 나를 이기는 것. 김별 | 글 쓰는 연주자
가을은 고독과 쓸쓸함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가을비가 소리 없이 부슬부슬 내리는 날은 더욱 가을이 고독과 사색을 넘어 그리움으로 변한다. 그리고 가을은 차가운 기온과 더불어 마음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그래서 가을은 고독의 깊이와 추억의 그리움과 인생의 쓸쓸함을 노래한다. 가을은 텅 빈 가슴을 만든다. 그 허전한 가슴에는 수만 리 깊고 깊은 우물이 있다. 우리는 그 우물에서 그리움을 퍼 올린다. 그 그리움은 하늘의 별과 같이 애절(哀切)하다. 그 그리움은 고독(孤獨)을 씻어 주고 허전한 마음을 달래준다. 지는 해는 아름답다는 말을 잊지 않기에 사는 동안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사랑도 주고 추억(追憶)도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노인(老人)이 되겠다고 이 좋은 가을에 다짐해 본다. 가을은 눈물의 계절이다. 나뭇잎을 뚝뚝 떨어뜨리며 알몸이 되어가는 나무의 몸짓을 바라보면서 해마다 거듭나기 위해 온몸으로 우는 생명의 몸짓으로 세상이 새로워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즐거운 마음으로 일상을 떠나 가을의 정취를 느끼고 맑은 공기와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높은 하늘 아래서 형형색색의 불타는 단풍을 구경하는 것은 여름의 울창한 숲속을 거니는 것보다도 좋다. 태양(太陽)이 가장
삶은 누군가와 진정한 마음을 나누는 일만으로도 감히 행복하다고 논할 수 있다. 인생은 가장 찬란한 햇살을 보기도 하고, 가장 불행한 그림자로 뒤덮기도 하고, 조그만 행복으로 기쁨을 보기도 한다. 사실, 삶에 대한 진심을 가장 뒤에 쓰게 된 이유는 삶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의미이기도 하고 하고 싶은 말들이 가장 많기도 한 진심의 가장 중요한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삶은 그 누구에게도 완벽한 행복을 주지 않는다. 세상은 타락과 위선이 만연하고 진실보다는 거짓이 더 많고 진심보다는 시기와 질투가 더 많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세상에 놓인 모든 장애물과 악과 싸우다 상처만 받고 가는 인생이라고 단정 지을 수 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 세상에 놓인 우리가 너무 불쌍하지 아니한가, 마음먹기에 달렸다. 너무 흔한 말이다. 그래도 마음먹기에 달렸다. 너무 쉽게 말하는 게 아니다. 어차피, 그 누구도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안아 줄 수도 없다. 세상과 싸우고 삶의 진심을 찾고 안도의 안식처를 얻는 일은 오로지 나 홀로 해나가야 하는 일이다. 모순덩어리의 세상이다. 행복한 거 같지만, 행복하지 않고 기쁜 거 같지만, 기쁘지 않다. 모두가 원하
난 가을입니다. 가을마다 부서진 가슴을 주워 담습니다. 마지막 잎새처럼 내 곁에서 사라져 흩어져버린 낙엽을 가을마다 눈물로 주워 담습니다. 난 가을입니다. 김별 | 글 쓰는 연주자
생각해보니 오랜 시간이었다. 난생처음으로 부득이하게 독립을 하게 돼 지낸 세월이. 이제 와서 다시 동생이랑 살면서 처음 듣게 되는 얘기들이 있다. 원래부터도 몸이 약한 사람이었지만, 그래서 어릴 적부터 우리 집엔 항상 가사도우미가 상주했던 시절도 있었고, 세월이 흐르면서 출퇴근 하시는 도우미로 오시게 되기도 하였다. 난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 나 스스로 안도감을 만들고 방치시켰다. 철이 없었던 나이였지,라고 하면서. 너무 어리석었다. 내가 나가서 사는 동안 병환이 더 깊어진 것도 모르고, 아니, 모른체했겠지! 그렇게 나가서 산지 7년 만에 엄마는 가셨다. 병원 들어가시기 일주일 전에 안부차 전화를 했다. 목소리가 안 좋았다. 〃어디 아파?〃하고 물었다. 〃아니, 그런데 내가 오래 못 살 거 같아..〃하고 엄마가 내게 말했다. 난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해?〃라고 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 병원에 들어가셨고, 거짓말처럼 두 달 만에 떠나셨다. 그 해 가을에.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함께 했다. 그 장면은 외상 후 스트레스처럼 나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죄책감과 함께. 오늘 동생이랑 아빠 저녁상을 차리다가 옛날 얘기가 나왔다. 〃언니! 아빠가 미역국을 싫어하는 이
그냥 가만히 있어도 스며드는 사랑이 있다. 위험하리만큼, 첫사랑의 경우가 그렇다. 그 스며듦에 평생을 가져갈 수도 있는 위험한 감정이기에. 우린 대부분 첫사랑을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라 칭한다. 왜? 가장 숭고해 보이기에. 나에게 첫사랑은 숭고하지도 않고 아름답지도 않고 아프기만 했다. 그래서 불행하다는 건 아니다. 어릴 적 감정의 경험들은 어른이 되었을 때 나를 지킬 수 있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첫사랑은 진심의 감정일까? 다른 사랑들과 비교해 봤을 때, 조금이라도 마음의 아련함과 미소가 생기면 그 사랑이 그 당시엔 아프게 끝났어도 감히 진심의 사랑이라 여기고 살아도 된다. 우리는 그래야 살 수 있기에. 진실보다도 더 무서운 건 진심이기에. 진심이라고 여겨야, 언제나 새드엔딩으로 끝나는 첫사랑을 어린 시절의 어리숙한 풋내기 사랑이라고 말하고 그 다친 마음들을 하나하나 주워 담아 진심으로 포장해서 왜곡시켜야 살 수 있기에. 김별 | 글 쓰는 연주자